현대그린푸드가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올랐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쇼핑으로부터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현대그린푸드는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부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37.7%로 애초보다 7.8%포인트 상승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의 17.8%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과 거래를 통해 거둬들였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 현대홈쇼핑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20곳과 거래를 통해 매출 2627억 원을 거둬들였다. 현대백화점으로부터 1745억 원, 한무쇼핑으로부터 556억 원, 현대홈쇼핑으로부터 229억 원 등을 벌어들였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비상장사 20%, 상장사 30% 이상인 회사가 한 해에 내부거래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 적법성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 결과 일반적 거래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만한 사업기회를 제공했다는 등 부당한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나면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등을 명령할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IT사업부를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해 내부거래 비중을 어느 정도 낮추는 효과를 볼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린푸드 IT사업부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의 전산체계를 관리해왔는데 IT사업부 매출을 떼어내게 되는 만큼 내부거래비중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7월1일자로 IT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새 법인 현대IT&E를 출범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 작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른다는 점을 미리 파악했다”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순환출자 해소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사익편취를 위해 특별히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내부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체급식업계에서 현대그린푸드의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오너일가 이익을 위해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단체급식회사인 신세계푸드와 CJ프레시웨이는 오너일가 지분율이 각각 0.77%와 0.60%에 불과하다. 내부 거래비중도 각각 31.4%와 28.5%를 보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강화 기조가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매출처를 다각화하는 등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SPC그룹 계열사들을 현장조사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SPC그룹이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계열사들의 부당지원행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재계는 파악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장기적으로 오너일가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앞으로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만큼 정몽근 명예회장과 정지선 회장이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몽근 명예회장은 2013년 12월 현대그린푸드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대그린푸드의 오너일가 지분율을 29.92%로 낮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적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