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탁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외에서 수주 가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현대로템에 따르면 앞으로 5개월 동안 국내에서 수주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현대로템은 방사청의 부정당업체 제재 처분을 적용받아 5일부터 7월29일까지, 대구도시철도공사의 부정당업체 제재 처분의 적용받아 6일부터 8월23일까지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국내 공공기관 입찰제한을 받는 일은 이례적”이라며 “방사청의 부정당업체 제재 처분은 경쟁회사 대부분이 받게 되면서 큰 영향이 없다고 하더라도 철도부문 신규 수주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철도 제작사업을 주력으로 방산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공공기관 1곳에서 부정당업체로 제재를 받으면 사업부문과 관계없이 국내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사장은 오랜 기간 수주 가뭄에서 벗어나 신규 수주를 늘릴 것이란 기대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공공기관 입찰 제한으로 신규 수주 개선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과거 일시적 신규 수주 부진으로 현재의 외형 성장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치지만 2~3년 후 실적의 기준이 되는 신규 수주가 3조8천억 원으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어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대로템은 기존에 수주한 물량을 처리하면서 해외에서 신규 일감을 확보하는 데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수주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글로벌 철도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사업 수주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은 현대로템을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 SK텔레콤, 철도시설공단,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등 국내 기업 5곳과 현지 기업 1곳 등 6곳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를 노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3월 코 분 완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과 만나 한국의 고속철도사업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일본 등 경쟁국가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사업을 따내기 위해 파격적 금융 조건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실질적 지원은 미진한 편이어서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한국 컨소시엄에 참여한 공기업인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의 태도도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현대로템의 시름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철도시설공단이 입찰 참여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코레일은 컨소시엄에 이름만 올리고 입찰 참여에 필요한 초기 투자금을 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당국은 건설과 철도부문을 분리해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 컨소시엄 내부에서도 엇갈린 입찰 결과를 받을 수도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코레일과 협의해 수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사업은 동남아시아 최초로 두 나라를 잇는 고속철도사업으로 사업비는 모두 147억 달러(약 16조 원)에 이른다.
말레이시아 고속철도공사(MyHSR)와 싱가포르 고속철도공사(SG HSR)는 2017년 12월 고속철도사업 입찰절차를 시작했다. 오는 6월 말에 입찰을 마감하며 11월 경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