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각규(왼쪽)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3월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베트남사업을 논의했다. |
베트남은 롯데와 신세계에게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했다. 정 부회장은 이에 앞서 올해 2월 베트남을 찾아 베트남 이마트 1호점을 찾고 2호점 부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쇼핑의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10여 개의 계열사를 통해 베트남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이 과연 정체된 국내시장과 실패한 중국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남아는 규제가 많아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동남아시장 공략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9년 베트남 호찌민에 2호점을 내고 2020년까지 4~5개 점포를 추가로 연다는 계획을 세웠다. 베트남 이마트는 신선식품, 즉석조리식품 등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해 차별화했다.
이마트는 앞으로 베트남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현재 베트남에서 이마트 고밥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고밥점은 유일한 해외 직영점으로 2015년 12월 문을 연 뒤 1년 만에 매출 419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은 2016년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역시 베트남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에 2008년 1호점을 냈고 현재 모두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은 롯데그룹에게 특히 특별한 곳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일주일에 2~3차례 열리는 빽빽한 재판일정을 쪼개 베트남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근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가장 먼저 찾은 곳도 베트남이다.
황 부회장은 최근 신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베트남에 가지 못한 점을 놓고 “롯데가 베트남에 가장 잘 알려진 기업”이라며 “(
신동빈 회장이 있었더라면) 베트남도 갔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중요성은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반년 사이에 나란히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더욱 커졌다.
베트남은 경제개방정책으로 새로운 소비문화가 퍼지고 6%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인구가 거의 1억 명에 이르는 데다 국민의 과반수가 20~30대 젊은층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높은 성장속도를 볼 때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형 유통기업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국가에서도 베트남을 그만큼 주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베트남이 글로벌 유통공룡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수 있다”며 “앞으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베트남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태국의 유통기업이 지난해 베트남에서 빅씨마트를 인수하며 베트남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은 관세 장벽을 허문 사이인 데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물류비도 아낄 수 있다.
미국 월마트의 베트남 진출설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 기업에 우호적이지만 앞으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실제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중국에 처음 진출할 때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수요 활성화 대책에 따라 외국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2010년 외국 기업에 주던 세제, 고용, 입지 등의 혜택을 없앤 데 이어 2011년에 근로자 사회보장 면제 혜택도 없앴다. 지금은 중국 기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로 외국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유통업은 외국계 기업이 쉽게 안착하기 어려운 업종으로 꼽힌다. 현지인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외국계 기업이 현지인의 기호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업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현지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기존 사업자들을 위협할 수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업의 특성상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현지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본사를 외국에 둔 외국계 유통기업은 현지기업의 빠른 변화와 물량 공세, 가격 경쟁력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 대형마트 시대를 연 프랑스의 까르푸, 미국의 월마트, 영국의 테스코는 일찌감치 퇴출되고 이마트가 자리를 대신했다. 중국에서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유통기업들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베트남에서 대형마트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베트남에서 편의점 판매가격은 대형마트 판매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쓰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제품도 구매할 수 없어 집 근처의 재래점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베트남 1위의 부동산개발 및 관리기업인 빈그룹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빈마트와 편의점인 빈마트플러스가 빠른 속도로 출점을 늘리고 있다. 미국계 편의점인 서클케이의 성장세도 매우 가파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