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용 카카오 공동 대표이사가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나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 대표이사는 “디자이너인가 경영자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경영자’라고 대답하지도 않으면서 여지를 남겨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대표가 바뀌고 ‘카카오 3.0’시대를 선포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플랫폼’ 확대에 주력해오던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수익화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브랜드를 중시하는 조 대표가 카카오를 이끌면서 그의 ‘브랜드 철학’이 카카오 곳곳에 묻어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27일 조 대표는 여민수 공동대표와 함께 취임 이후 첫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과 달리 조 대표가 모든 발표를 주도했다. 100여 명이 훌쩍 넘는 기자들 앞이었지만 여유가 느껴졌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으로부터 "그동안 해왔던 대로 소신껏 회사를 운영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디자인 전문가인 조 대표가 앞으로 카카오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카카오는 최근 여러 회사를 새 가족으로 맞이했다.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2015년 9월 49개였던 계열사 수를 2017년 말 76개로 불렸다. 카카오는 1월 해외투자를 받으며 확보한 1조 원 자금 역시 해외콘텐츠 플랫폼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조 대표를 중심으로 카카오는 새 자회사들에 카카오의 정체성을 불어넣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조 대표는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임 대표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시너지’와 ‘글로벌’”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시너지’는 각각 투자자와 구성원이 다른 카카오의 서비스들을 어떻게 하나의 서비스로 묶어낼까 하는 고민이다.
카카오는 이미 브랜드를 통일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15일 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 케이큐브벤처스는 ‘카카오벤처스’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12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회사이름을 ‘카카오M’으로 변경했다. 카카오게임즈도 카카오에 인수된 뒤 옛 이름인 ‘엔진’을 벗어던졌다.
‘카카오’ 브랜드가 워낙 강력한 만큼 브랜드 통일화 작업이 자회사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탁월한 디자인, 브랜드 감각을 활용해 카카오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NHN에 근무하던 시절 네이버의 초록색 검색창을 디자인했다. 지금 네이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NHN사옥 그린팩토리 등을 총괄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디자인을 총괄한 '그린팩토리' 내부의 모습. <네이버> |
조 대표는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 학사를 받고 같은 대학교 미술대학원 산업디자인학 석사를 받았다. 프리챌 디자인센터 센터장으로 경력을 쌓아 NHN 마케팅, 디자인 총괄 부문장을 지냈다.
직접 창업한 디자인회사 ‘JOH&컴퍼니’를 통해 공간 임대사업과 ‘일호식’ ‘세컨드키친’ 등 식당도 운영한다. 이 사업들은 모두 조 대표의 감각이 묻어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조 대표는 페이스북에 “중요한 건 디자인 아니라 ‘브랜드’고 브랜드는 곧 ‘비즈니스”라며 사업가적 면모를 드러냈다.
조 대표가 앞으로 카카오에는 어떤 색깔을 입힐까?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