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은 전기차 쏘울 EV를 시승한 뒤 앞으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더욱 늘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국내 배터리업체와 협력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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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뉴시스> |
정 회장은 최근 기아차의 전기차 ‘쏘울 EV’와 닛산의 ‘리프’의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오는 4월 출시를 앞둔 쏘울 EV와 경쟁모델로 꼽히는 리프를 비교해 보기 위해서다.
쏘울 EV는 작년 출시된 올 뉴 쏘울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27kWh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최대 148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리프는 2010년 출시된 세계 최초 양산 전기차 모델이다. 누적 판매량은 2월 기준 10만 대를 돌파했다.
정 회장은 두 차종을 비교 시승한 후 쏘울 EV의 성능과 내부공간, IT 기술에 모두 만족을 표시했다. 단 정 회장은 앞으로 쏘울 EV의 주행거리를 더 늘리라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1회 충전을 통한 주행거리는 곧 전기차의 품질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품질을 거듭 강조해온 정 회장에게 주행거리는 길면 길수록 좋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기상 기아차 환경기술센터장은 “유럽 기준으로 닛산이나 BMW의 전기차보다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우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주행거리를 늘리라고 지시한 만큼 개발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무겁고 비싼 배터리를 넣으면 주행 거리가 늘겠지만 차 값은 올라간다. 가격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는 배터리를 찾아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배터리업체와 협력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만든 이차전지가 적용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 4월부터 2016년까지 출시되는 순수전기차(B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HEV) 세 가지 형태의 전기차 모델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탑재된다. 쏘울 EV에는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가 적용됐다. LG화학은 쏘나타와 그랜저, K5, K7 등 하이브리드 모델에 적용됐으며 내년 출시 예정인 쏘나타와 K5 기반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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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충전으로 148㎞ 주행 가능한 기아자동차의 친환경 전기차 쏘울 EV |
SK와 LG 측에서도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전공, 베이징기차와 합작법인을 통해 하반기까지 팩 제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규모를 2만대까지 늘리고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전기차 관련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중이다. 지주사 LG 산하에 있는 시너지팀의 주요 업무는 OLED TV에서 전기차로 변경됐다. LG전자는 지난해 자동차부품(VC) 사업부를 신설해 차량용 정보기술 기기를 개발중이다. 또 LG CNS는 전기차용 충전 인프라 사업을, LG이노텍은 자동차용 전장부품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미 테슬라와 파나소닉 협력 관계를 통해 전기차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점도 현대기아차와 배터리업체 간 동맹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2012년 출시한 ‘모델S’는 지난해에만 2만3,000만대 가량이 팔리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모델S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427㎞에 달한다는 점 때문이다. 모델S의 힘은 차체 바닥에 깔린 543kg의 리튬이온 배터리 팩에서 나온다. 테슬라가 직접 설계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일본 파나소닉이 제작해 독점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