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가 지난해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배당금을 책정했다.
카드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롯데카드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중요한 국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에게 돈을 돌리고 있어 그룹 차원의 다른 전략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해 8곳의 전업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 전환했지만 전년보다 많은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주기로 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순손실 128억 원을 냈다. 롯데카드는 최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당금을 216억7460만 원으로 결정했고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확정한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손실을 봐 지금까지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데 더해 배당으로 또 유보자금을 빼내는 것이다. 롯데카드의 2017년 배당금은 2016년 배당금보다 오히려 3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카드는 수익 감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에 따라 어려움을 겪던 중국사업 대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롯데카드도 여기에 발을 맞추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9월 베트남 금융회사인 테크콤파이낸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고 6일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지분인수를 최종 승인받았다.
계약 시점부터 최근까지 인수대금 830억 원가량을 납입한 만큼 현재 자금여력이 넉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현지에서 신용카드 발급과 할부금융 등의 업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롯데카드는 ‘디지털금융의 선도사’를 표방하며 상반기 안에 새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스마트롯데, 롯데카드클러치, 모바일결제, 롯데앱카드 등 여러 애플리케이션(앱)에 분산된 기능을 한 플랫폼에 실어 더 많은 결제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사업계획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금리인상 등 카드업계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롯데카드의 배당정책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의 계열사들 대부분이 2017년 배당금 늘려 대주주에게 자금을 보내고 있고 롯데카드 역시 이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된 상태이긴 하나 그룹 전체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짜기 위해 차곡차곡 실탄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지분을 93.8%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의 개인 최대주주(9.89%)인 만큼 롯데카드의 이익잉여금이 신 회장에게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신 회장은 이 밖에 롯데카드 직접 보유분(0.27%), 롯데쇼핑-롯데지주 등 우회 보유분 등을 통해서도 롯데카드 배당금을 받는다.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롯데쇼핑 역시 지난해 손실을 냈지만 1주당 배당금을 전년 2천 원에서 5200원으로 올렸다.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도 1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3배 넘게 늘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