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 |
올해 4분기에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어떤 회사일까?
정답은 공모주시장의 초대어 ‘삼성SDS’가 아니라 모바일 패션업체 '슈피겐코리아'다.
이 회사는 16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수익률 204.73%를 기록했다. 4분기 신규상장한 기업 18곳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 공모가 대비 수익률, 삼성SDS의 4배
올해 4분기 공모주 시장에 유독 ‘대어’가 많았다.
삼성SDS가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으며 알테오젠이나 비씨월드제약 등 바이오기업들도 500~600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엔터주인 에프엔씨도 577대1의 경쟁률로 흥행의 보증수표로 기대를 모았다.
이들 신규상장기업 가운데 수익률을 내고 있는 곳은 18곳 가운데 8곳에 불과하다.
청약돌풍을 몰고 온 삼성SDS가 16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수익률은 50.79%를 나타내며 비교적 선방했다. 파티게임즈와 데브시스터즈 등 게임주도 각각 77.31%와 22.64%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슈피겐코리아의 200%가 넘는 수익률은 단연 돋보인다. 이는 삼성SDS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의 4배가 넘는다.
지난달 말 슈피겐코리아의 공모주 청약에 3조6642억 원이 몰렸다. 청약증거금만 1조8321억 원을 기록하는 등 투자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최종 공모가는 2만7500원이었다.
◆ 설립 5년 만에 상장, 평균 영업이익률 30%대
슈피겐코리아는 글로벌 모바일 패션업계에서 3위를 달리는 회사다. 모바일 패션이란 모바일에 패션을 입히는 부품 전반을 말한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대표적 브랜드는 프리미엄 모바일패션 B2C브랜드인 ‘슈피겐(Spigen)’이다. 주요 제품으로 모바일기기에 적용되는 스마트폰 액정보호 기능성 필름과 스마트폰 보호케이스, 패션가방 등이 있다.
슈피겐코리아는 2009년 설립됐으며 5년 만인 지난달 5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최근 3년 동안 평균 매출성장률 39.3%, 영업이익률 30%대를 달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463억 원과 139억 원을 올려 회사 설립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하반기 실적은 더욱 놀랍다. 3분기에만 영업이익 97억3400만 원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 분기에 비해 88% 늘어난 것이다.
4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전망도 밝다. 아이폰6 출시에 맞춰 내놓은 아이폰 케이스가 미국 아마존에서만 61만 개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슈피겐코리아 관계자는 “아이폰6 케이스의 경우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품절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2차, 3차 출시국가를 중심으로 세계에 단계적으로 판매하고 있어 아이폰6 출시에 따른 수혜가 4분기는 물론이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슈피겐코리아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아이폰6뿐이 아니다. 구글의 넥서스6 출시에 따른 관련 상품 판매도 기대를 걸고 있다. 넥서스6 관련 액세서리는 아직 정식 판매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각종 사이트에서 베스트 케이스로 선정됐다.
미국의 온라인 뉴스사이트인 헤비닷컴(heavy.com)에 넥서스6의 베스트 케이스 톱 5에 슈피겐 슬림아머가 1위에 랭크됐으며 IT전문 매체 폰아레나에도 넥서스6 베스트 케이스 톱 10에 슈피겐 울트라하이브리드와 슬림아머 두 제품이 올라있다.
◆ 100여 개국 진출, 온오프 유통망 확대
슈피겐코리아는 현재 100여 개국에 진출했으며 세계 60개 이상의 해외총판과 아마존, 이베이를 비롯한 수많은 온라인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트코, 스테플스 등 약 2천 개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도 갖추고 있다.
슈피겐코리아는 코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508억7500만 원을 지속성장을 위한 성장엔진 장착에 사용하려고 한다.
|
|
|
▲ 슈피겐코리아의 아이폰6 케이스 |
특히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물류센터 증설과 연구개발(R&D) 디자인센터 역량을 높이는 데 재투자하기로 했다. 또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직판 등 유통채널 다각화도 추진하려고 한다.
슈피겐코리아는 지난 3일 영등포 유통상가에 첫 직영점을 열었다. 오프라인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은 15일 슈피겐코리아가 올 4분기 아이폰6 출시 효과와 오프라인 유통채널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기 연구원은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6의 글로벌 판매호조가 지속되면서 수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케이스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휴대폰 케이스 제품에서 휴대폰 액세서리, 이어폰, 백팩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어 매출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장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 글로벌 모바일 패션시장 1위 꿈꾸는 김대영
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는 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영업사원 출신이다.
그는 우연히 퇴근하다 문구점에서 투명 시트지 한 장을 사와 휴대폰 사이즈에 맞게 잘랐는데 이것이 휴대폰 액정 보호필름에 관심을 품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2006년 휴대폰 보호필름 전문회사인 SGP에 입사했고 그뒤 대표이사에 올랐다. SGP코리아는 2012년 미국 현지법인 유나이티드SGP를 인수하면서 통합법인으로 현재의 슈피겐코리아가 출범했다.
김 대표가 모바일 패션사업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처음 발을 내딛은 곳은 미국시장이다. 그는 휴대폰 사용자의 취향을 읽어내기 위해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 사람들이 쓰고 있는 휴대폰을 관찰해 케이스의 색깔이나 모양, 재질 등을 기록했다.
김 대표의 이런 집요함 속에서 나온 제품이 플라스틱에 메탈 느낌을 더한 범퍼형 분리케이스 ‘네오하이브리드’다.
김 대표는 경쟁사 제품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슈피겐코리아의 또 다른 흥행작 ‘슬림아머’ 시리즈다. 두 제품은 지금까지 슈피겐코리아의 안정적 매출을 이끄는 효자 상품이다.
김 대표는 슈피겐코리아를 ‘불안정성을 유지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물이 잔잔하지 않고 끓는다는 것은 새로운 에너지가 주입됐다는 증거”라며 “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하며 불안정할 때 그 회사는 죽지 않은 회사, 건강한 회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패션업계는 유행에 민감하다. 그래서 김 대표는 사무실에 앉아 기획하지 않는다. 그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 경쟁사 제품을 살피느라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꿈이 있다면 세계 1위의 모바일 패션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코스닥 등록은 그 꿈을 향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아마존 등 온라인시장 외에도 미국 오프라인 매장을 2016년 말까지 6천여 개로 늘릴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