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삼성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대신할 컨트롤타워 구축을 놓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기존 미래전략실과 정체성을 달리하면서 강력한 권위와 영향력을 갖추는 조직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TF(태스크포스)를 통해 구축하고 있는 총괄 역할의 조직은 아직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설계 작업이 진행됐지만 아직 구체적 형태와 역할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시한 조직개편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은 올해 초부터 각각 내부에 관련 계열사의 사업을 지원하는 총괄조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내부 조직은 전자계열사들 사이 협업과 시너지를 추진하고 삼성물산은 자재 구매와 물류 등에서 건설과 중공업 계열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의 구심점 역할로 실질적 금융 지주사와 같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계열사 안에 구축되는 총괄조직의 정체성과 기능은 아직 안갯속이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 핵심 임원들이 대거 포진한 점을 볼 때 과거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일부 물려받아 나누어 담당할 것이라는 어렴풋한 관측만 나올 뿐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TF 조직은 전자계열사만 총괄하는 식으로 역할이 확실히 구분돼있다"며 "각 계열사의 조직이 비슷한 기능을 담당할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2월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이와 비슷한 역할을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삼성그룹과 같이 지주회사체제를 갖추지 않은 거대 기업집단에 전체 사업과 경영 방향성을 결정하고 조율하는 조직이 없다면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전략실이 담당하던 대관과 인사, 전략수립, 법무 등 다양한 역할 가운데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역할을 이어받을 정도의 강력한 권한을 보유한 조직도 필수적이다.
삼성그룹이 핵심 사업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성장성을 극대화하려면 성과가 부진하거나 전망이 어두운 비주력사업의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다.
삼성 미래전략실도 과거 이런 역할을 맡던 구조조정본부에서 이름을 바꾼 조직이다.
이전과 같이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미래전략실을 통해 계열사 전반을 총괄하던 시절에는 미래전략실이 절대적 권한과 추진력을 갖춰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었다.
삼성그룹은 수년 전부터 화학과 방산사업, 삼성전자 비주력사업부 등을 과감히 매각하고 2차전지와 반도체, 바이오사업 등 핵심 분야에 집중할 여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에 각각 마련되는 미래전략실 후속조직이 다른 계열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구조조정과 사업재편까지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미래전략실의 이름만 바꾸는 식으로 명맥을 잇고 싶지는 않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오너일가의 명령을 받는 조직이 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갖춘 미래전략실의 대체 조직을 설계하는 과제를 안게 된 계열사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총괄 형태 조직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전달받은 것이 없다"며 "미래전략실이 하던 일을 일부 하지 않을까 짐작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