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대표이사 회장이 2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시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쪽같은 원칙주의자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할 때 금산분리 원칙을 주장했고 그를 설득해 보려던 대기업의 회유나 공격에도 절대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구조조정 원칙은 '독자생존’이다. 구조조정을 실시했을 때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기준 삼아 철저하게 따르겠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는 이 회장의 원칙주의가 잣대로 적용된 첫 사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원칙을 강조해 우선매수권 포기와 ‘금호’ 상표권의 무상사용까지 받아냈다.
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회장의 '원칙'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특히 중국법인의 독자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판단됐다.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도 향후 홀로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생존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새 투자자를 찾는 쪽으로 결정됐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매각되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다면서도 면담의 조건으로 더블스타 매각에 동의할 것을 내걸었다.
이 회장이 취임 직후인 2017년 9월 기자간담회에서 “죽은 기업을 끌고 갈 수 없다”며 “일자리가 아무리 중요해도 그런 기업을 끌고 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한 대로다.
문제는 이 회장의 ‘독자생존’ 원칙이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수 있을지다.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국책은행 CEO다. 문재인 정부가 고용과 지역경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곧 치러질 지방선거도 부담이다.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광주 지역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을 견뎌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매각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무한대결을 지속하다가 법정관리로 들어간다면 대규모 실업이 나타날 수 있고 산업은행을 둘러싼 책임론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회장은 이미 대우건설의 매각 실패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 무거운 짐을 안고 있는데 금호타이어 문제까지 잘 풀리지 않으면 입지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시절 보고서에서 “은행은 부실기업 처리를 확실하게 끝내 추가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쓴 적도 있다.
5일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 매각에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해외 매각을 바라보는 광주지역의 여론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에 '구조조정의 원칙'에서 물러남이 없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까?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