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SK그룹 횡령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씨에게 징역형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피고인은 모두 유죄판결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1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와 공모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김원홍씨에게 징역 4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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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홍 |
김씨는 2008년 10월 최 회장 형제가 주요 계열사로 하여금 투자전문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천억 원대의 투자를 하게 한 뒤 옵션투자금 명목으로 465억 원을 횡령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작년 10월 기소됐다.
김씨는 혐의를 일부 인정했지만 최 회장 형제와 공범관계를 끝까지 부인했다. 김씨는 특히 최 회장 형제의 무죄를 더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베넥스에 출자된 돈을 송금받은 것은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와 개인적 금전 거래”라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김 전 대표의 진술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이런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의 진술을 충분히 믿을만 하다고 판단했다”며 “김씨가 제출한 녹취록 등 증거를 봐도 최 회장 형제와 공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SK횡령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은 모두 사법처리가 확정됐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징역 4년,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징역 3년6월을 확정받았다. 김준홍 전 베넥스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뒤늦게 형을 선고받게 된 것은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중국으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국과 범죄인 인도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대만에 머무르다가 지난해 7월 이민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됐다.
1심 재판부는 450억 원 횡령을 유죄로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2심은 검찰의 양형부당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4년6월로 형기를 늘렸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최 회장 형제 등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과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범행을 착안하고 역할을 분담하거나 구체적 행위를 지시하는 등 횡령을 주도했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1990년대 증권사에 근무하다 무속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선물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거둬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김씨는 1999년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을 통해 최 회장을 소개받았다. 최 회장은 김씨에게 현금자산을 맡겼는데 투자수완을 발휘해 최 회장의 재산을 불려줬다.
최 회장은 2005년부터 선물옵션 투자금으로 6천여억 원을 김씨에게 건냈다. 그는 부동산 처분 대금, SK 상장 계열사 주식 매도대금, 최 회장 형제의 급여까지 투자금으로 썼다. 최 회장은 김씨가 수천억 원을 날린 2008년 이후에도 그에게 돈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