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현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더블스타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뉴시스> |
KDB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할 방안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중국 더블스타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당장 금호타이어 노조의 반발이 거세 매각에 빠르게 합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헐값 매각’ 논란이 나오면 산업은행이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는 조속한 정상화, 투자유치를 통한 유동성 확보, 채권단의 손실 최소화 등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더블스타와 투자협상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실사한 결과 채권단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도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금호타이어의 중국법인에 지원자금의 상당량을 집어 넣어도 경영 악화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반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보유하게 되면 중국 판매망 4500여 곳을 기반으로 금호타이어 중국법인도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산업은행은 바라봤다.
이 부행장은 “더블스타의 중국 판매망을 활용하고 현지 자동차생산회사의 수주도 지원해 금호타이어의 중국시장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며 “현지 금융기관도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에 빌려준 돈의 만기를 연장할 여건이 마련돼 유동성 문제도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더블스타 외에 많지 않다는 점도 더블스타의 자본 유치를 통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이 부행장은 “한국과 해외의 유명 타이어회사들은 금호타이어에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타이어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들은 금호타이어 노조를 걱정했고 중국법인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미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노사가 합의한 자구안을 돌려보내고 새 경영정상화 계획의 이행 합의서를 3월 말까지 낼 것을 요청했다. 금호타이어의 인건비 등을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수준까지 낮추는 내용으로 자구안을 다시 짜서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회사의 경영권을 더블스타에 넘기는 데 동의할 것도 압박하고 있다. 더블스타는 협상과정에서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을 계속 반대한다면 경영권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보였기 때문에 매각이 자칫 무산될 가능성을 낮추려는 것이다.
이 부행장은 금호타이어 노사가 1개월 뒤에도 경영 정상화 계획과 더블스타의 인수 등에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을 질문받자 “지금은 대안이 없다”며 “법정관리 표현은 가능하면 안 쓰려고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조가) 마지막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금호타이어 노사가 채권단의 기준에 맞춘 자구안을 만들고 더블스타에서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에 일정 수준 합의한다면
이동걸 산업은행 대표이사 회장이 노조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조는 23일로 예정됐던 총파업 일정을 앞당길 것을 결정하는 등 회사 경영권을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데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산업은행에서 바라는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2일 이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금호타이어 노사가 자구안을 어렵게 냈는데 산업은행이 거부하고 해외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한 기업뿐 아니라 지역경제와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의 노사합의를 이끌어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파는 데에 성공한다 해도 헐값 매각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은 2017년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지분 42%를 9550억 원에 파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이번에 재매각이 성사되면 더블스타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6463억 원을 투자하면서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얻게 된다. 2017년에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했을 때보다 3천억 원 정도를 덜 들이면서 지분은 더 얻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7년에도 방산회사인 금호타이어를 헐값에 팔려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구주 매각이 아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라 해도 경영권을 파는 가격은 더 하락한 만큼 헐값 매각 논란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