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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의 야심, 한화를 록히드마틴으로 키운다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12-10 23: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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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의 야심, 한화를 록히드마틴으로 키운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의 방산사업을 ‘록히드마틴’처럼 키우겠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 4개 계열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품은 야심이다.

김 회장은 삼성그룹의 방산 계열사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한화그룹의 방산사업을 국내 1위는 물론이고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강기수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최근 “이번 빅딜의 목적은 방산사업을 적극 키우는 데 있다”며 “앞으로 록히드마틴 등 세계적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981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20여 차례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수 결정은 그 성격이 다르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한화그룹의 모기업인 한화를 세계적 방산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뚜렷한 목표 속에서 속전속결로 인수를 결정했다.

◆ 김승연, 록히드마틴 같은 한화를 꿈꾸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한화는 5조8306억 원(방산부문 1조184억 원), 삼성테크윈은 2조6298억 원(방산 9635억 원), 방산만 하는 삼성탈레스는 6176억 원을 기록했다.

세 회사의 매출을 합치면 매출 9조780억 원대 거대 방산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순수 방산부문 매출만 따져도 매출이 2조5995억 원에 이른다.

한화는 정밀탄약과 정밀유도무기 등을 정부와 조달계약 아래 납품해 왔다. 국내 산업용화약 시장에서 75%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는 방산제품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어 그동안 적정수준 이상으로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 한화는 국내 방산업계 4위, 세계 방산업계 100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방산사업은 연구개발인력 등의 이동이 적고 보안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폐쇄성이 강하다. 더구나 정부라는 수요처가 정해져 있는 탓에 외국기업들과 기술공유를 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세계적 방산기업들도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을 협력한 뒤 사업다각화를 이루는 추세가 이어졌다.

김 회장은 한화를 이대로 둘 경우 글로벌시장에서 차츰 경쟁력을 잃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김 회장은 글로벌시장 환경변화를 보면서 한화가 보유하지 못한 방산기술을 지니고 있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의 야심, 한화를 록히드마틴으로 키운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복귀 후 지난 9일 사전예고없이 이라크 비스바야 현장을 방문해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삼성 방산 품은 한화, 어떤 글로벌기업이 될까


한화는 1952년 한국화약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화약과 정밀유도무기를 주력으로 판매해 왔다. 다연장 로켓포인 ‘천무’로 불리는 탄약이 대표제품이다.

삼성테크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주포를 생산하면서 육상무기의 선두주자로 불려왔다. 또 FA-50이라는 대표적 항공엔진을 제작하면서 항공산업 노하우도 쌓았다.

한화는 내수매출 위주인데 반해 삼성테크윈은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비중이 절반이나 된다.

삼성탈레스는 레이더와 해양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방산업체다. 매출규모의 75%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정부와 고정거래에서 발생한다.

한화는 이번 삼성그룹의 방산업체를 인수하면 육해공에서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다룰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종합방산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한 셈이다. 글로벌 순위도 100위권에서 35위로 껑충 뛴다.

한화는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면 항공기용 엔진, 정밀유도엔진, 자주포, 장갑차, 보안영상장비 등을 생산할 수 있다. 또 삼성탈레스를 품으면 구축함 전투지휘체계 레이더 등의 군사장비 생산도 가능하다.

특히 한화는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매출 1조 원 규모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 10%까지 얻게 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다량 보유하게 된 만큼 이들과 기술을 공유해 향후 초음속 여객기와 같은 고도화한 방산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고 말했다.

한화는 방산사업은 물론이고 삼성테크윈의 로봇 무인화 사업에서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의 영상처리기술과 삼성탈레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무인시스템산업에도 진출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가 항공엔진 등 방산사업뿐 아니라 정밀기계 사업영역까지 영향력을 넓힐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항공기용 엔진기술은 록히드마틴도 보유하지 못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 한화가 목표로 하는 ‘록히드마틴’은 어떤 기업인가

미국 항공기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세계 방산업계 최고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매출 454억 달러를 기록했고 세계에 11만5천여 직원이 일하고 있다. 본사는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에 있다.

록히드마틴은 4개 이상 되는 방산회사를 인수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록히드마틴은 1912년 설립된 록히드와 미사일제조업체로 유명한 마틴 마리에타가 1995년 합병해 생겨났다. 마틴 마리에타는 1961년 그렌마틴과 아메리카 마리에타가 합병한 회사였다. 그뒤에도 록히드마틴은 1996년 추가로 미국 방산업체 로랄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김승연의 야심, 한화를 록히드마틴으로 키운다  
▲ 메릴린 휴슨 록히드마틴 CEO
여성 CEO인 메릴린 휴슨이 이런 거대 방산업체를 이끌고 있다. 그는 록히드마틴을 군수산업에서 나아가 민간산업과 융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경영 슬로건으로 ‘록히드마틴의 차세대 유전자’를 내세우기도 했다.

록히드마틴은 최근 방위산업뿐 아니라 항공우주와 신재생 에너지, 나노기술, IT서비스 등 7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휴슨은 엔지니어로 입사해 30년 동안 록히드마틴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과감한 결단력과 강인한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휴슨은 “정부가 예산을 감축하고 세계 안보 복잡성이 커지는 데 대처하려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말 4천여 명의 직원들을 퇴사시키기도 했다.

이런 선제적 구조조정 덕분에 록히드마틴은 미국정부가 국방비를 줄여도 올해 1분기에 좋은 실적을 냈다. 록히드마틴은 1분기에 9억33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난 것이다.

휴슨은 최근 비즈니스용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해 민간사업에도 과감히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는 80명 승객이 탑승할 수 있고 무려 1900km/h 속도를 낸다. 인천공항에서 LA공항까지 7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록히드마틴은 광학시스템과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우주산업으로 발을 뻗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지난 8월 호주 기술기업인 EOS와 손잡고 호주에 우주쓰레기 추적기지를 설립해 지구 궤도에 떠다니는 20여 만개의 우주쓰레기를 추적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 한화는 록히드마틴처럼 될 수 있나

한화가 삼성그룹의 방산업체를 품을 경우 매출은 9조 원에 이른다. 록히드마틴의 매출은 50조 원에 육박한다.

물론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방산사업의 특성상 국방강국인 미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록히드마틴과 한화를 단순하게 매출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화가 앞으로 세계적 방산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 방위산업과 민간산업을 융화하는 작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최근 들어 레이더나 광학시스템, IT서비스 등 방산기술을 민간기업 대상 사업으로 확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도 삼성테크윈을 인수하게 되면 방산사업 외에 칩마운터, CCTV 영상장비 등 정밀기계사업을 넓혀 민간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테크윈은 그동안 방산사업 외에 영상장비와 정밀기계사업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사업을 확대해 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삼성테크윈이 방산제품을 터키와 필리핀 등에 수출한 경험과 한화의 상사기능을 결합하면 글로벌기업으로서 시너지를 더 빨리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또 삼성테크윈의 칩마운터 등 IT정밀기계를 태양광 부품에도 적용시켜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가 방산사업을 키우겠다고 해서 삼성테크윈의 또 다른 사업인 영상장비와 정밀기계 등 사업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기술은 감시정찰장비나 IT통신기술에 이어 태양광까지 확대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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