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8-02-19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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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토요타가 미국에서 판매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자동차가 현지 수요에 발맞춰 SUV 제품군을 확대하는 계획을 세운 반면 토요타는 세단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며 세단 강자로서 강점을 살려나가는 전략을 세웠다.
▲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사장.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 미국법인은 2017년 4분기에 2016년 4분기보다 1.3% 줄어든 73만5천 대를 팔았다.
판매 감소에 더해 전반적 시장 침체와 경쟁 심화 탓에 인센티브가 늘면서 토요타 미국법인의 4분기 영업이익은 331억 엔으로 50% 이상 줄었다.
미국 자동차 수요가 세단에서 SUV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토요타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세단부문에서 치중한 탓에 미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토요타와 현대차는 상반된 신차 전략으로 미국 판매 부진을 벗어나려고 한다.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중형세단 캠리의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대형세단 아발론 새 모델을 선보인다.
반면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첫 소형SUV인 코나와 새 싼타페 출시를 비롯해 SUV 제품군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2020년까지 새 SUV 8종을 추가로 선보이는 계획을 세웠다.
토요타는 세단 강자라는 강점을 살리면서 차별성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운 반면 현대차는 현지 수요에 발맞춰 SUV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와 현대차가 미국에서 똑같이 판매 부진을 겪는 데도 상반된 전략을 내세우게 된 원인으로 캠리와 쏘나타의 엇갈린 성적표가 꼽힌다.
토요타는 엔화 약세 덕에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지난해 미국에서 캠리 신차효과를 적잖이 누렸다. 반면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쏘나타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했지만 연간 쏘나타 미국 판매량은 13만 대 정도로 2016년 20만 대에서 크게 줄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토요타와 현대차가 법인이나 렌터카회사 등에 판매하는 플릿판매 비중에서 큰 차이를 보인 점도 서로 다른 길을 걷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자동차시장 조사기관인 폴크(Polk)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가운데 7% 정도를 플릿판매 방식으로 팔았다. 토요타의 미국 플릿판매 비중은 시장 평균인 10%보다 낮았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20% 이상이 플릿판매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 평가기관인 켈리블루북의 팀 플레밍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 “토요타는 현대차, 닛산, 피아트크라이슬러 등과 달리 플릿판매에 주력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차량 렌탈 요금이 오르는 등 변동성에도 영향을 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가 현대차와 달리 선제적으로 SUV 제품군을 강화하면서 미국 판매 부진에도 느긋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토요타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60%는 SUV와 픽업트럭 등 경트럭, 나머지 40%는 세단이다.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65% 경트럭인 점을 감안하면 토요타가 시장 평균 수준의 경트럭 판매비중을 보였다.
토요타는 세단 중심에서 탈피하기 위해 미국에서 준중형SUV인 RAV4와 픽업트럭 타코마 미국 생산량을 늘려왔으며 2016년 연말부터 미국에서 소형SUV CH-R을 팔기 시작했다.
토요타가 미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지만 경쟁 완성차회사들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68만5555대로 2016년보다 11.5% 줄었다. 올해 미국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플릿판매를 줄이고 재고를 줄여 인센티브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