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2년 울산공장장 부사장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2013년 3월 울산공장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약 5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현대차 울산공장장은 노무관리의 사령탑이자 회사 대표로 매년 노조와 임금협상을 벌이는 권한을 들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 울산공장장은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권한에 따른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다른 계열사 임금협상이 현대차 임금협상에 좌우되기 때문에 현대차 울산공장장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2017년 현대차 임단협 타결이 해를 넘기자 다른 계열사들로 해를 넘겨서야 임금협상을 마무리될 수 있었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품질을 강조하는 데다 신상필벌의 인사스타일을 보이는 만큼 현대차 울산공장장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노조가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하면 생산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신차 품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 탓에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사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후진 양성을 위해 물러나겠다는 뜻을 주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임단협 장기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임금협상이 해를 넘겨 타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윤 전 사장이 경질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6일 윤 전 사장 퇴임과 관련한 입장자료를 내고 “윤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27일 41차 교섭에서 노조를 상대로 10분 동안 훈계하고 일방적으로 퇴장하면서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연내 타결 불발에 대한 퇴진 압력을 받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장은 주로 사장이나 부사장급 임원이 맡았고 직무의 중요도를 감안하면 노무총괄 부회장으로 오르는 길목이기도 하다.
윤여철 부회장과 김억조 전 부회장 역시 각각 2008년과 2012년에 울산공장장 사장에서 노무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윤 전 사장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윤 부회장을 꼽기도 했는데 윤 부회장의 뒤를 잇지는 못하고 결국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셈이 됐다.
윤 전 사장 후임으로 하언태 부사장이 울산공장장을 맡게 됐다. 현대차 노무관리에서 1인자와 2인자의 연륜 차이가 더욱 벌어지면서 윤 부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부회장은 2012년 울산공장 노동자 분신자살 사건의 책임을 지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2013년 임금협상에서 노사갈등이 깊어지자 구원투수로서 부회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윤 부회장은 2008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고문으로 물러났던 16개월을 제외하면 8년 가까이 노무총괄 부회장을 맡고 있는 셈이다.
윤 전 사장이 임단협 교섭 실무를 맡았지만 실상 윤 부회장이 회사의 교섭전략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속노조는 현대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상위 노조인 금속노조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윤 부회장이 노무총괄 담당으로 취임한 2008년 이전에는 계열사 교섭이 노사 자율로 이뤄져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현대차 교섭이 타결되기 전까지 계열사 대표자들은 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인데도 윤 부회장의 눈치와 현대차 교섭만을 쳐다보는 허수아비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