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가운데)이 2012년 7월20일 오전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출두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뉴시스> |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검찰수사의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서 검찰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17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이 같은 날 다급하게 기자회견을 연 것을 두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구속 때문이 아니라 김희중 전 실장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했던 ‘집사 중의 집사’, ‘성골 집사’로 불리던 인물이다. 1997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 전 대통령의 6급 비서관으로 시작해 15년을 보좌했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엔 의전비서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맡았다. 최근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건네받은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정 전 의원은 “김 전 실장은 BBK, 다스,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등 MB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고있다”며 “돈은 김백준 전 기획관이 아니라 김 전 실장으로부터 다 나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김 전 실장과 김백준 전 기획관,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을 모두 불러 조사를 했지만 구속영장은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에게만 청구했다.
정 전 의원은 이를 두고 김 전 실장이 적극적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근거로 들었다.
김 전 실장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관련 조사에서 김백준 전 기획관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2011년 10월 이 전 대통령의 방미 순방 직전에 수천만 원을 달러로 환전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정 전 의원은 김 전 실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이유를 두고 “이 전 대통령을 향한 배신감 때문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전 실장은 2012년 ‘저축은행비리’ 당시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1억8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받고 1년3개월 수감생활을 했는데 수감 기간 김 전 실장의 아내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전 실장은 귀휴를 받아 아내의 장례를 치렀는데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함께 일했던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아무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방문은커녕 조화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습을 봤으니 김 전 실장이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이 본격적으로 검찰에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증언을 할 경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뿐 아니라 BBK, 다스 등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다른 의혹들을 향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실장이 검찰수사에 협조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말도 나온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저도 대북송금 관련해서 고초를 겪어봤지만 함께 일했던 사람이 부는 건 처음 봤다”며 “김 전 실장이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다 말했는데 이 전 대통령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냐”고 꼬집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살아계신 전직 대통령이 네 분입니다”며 “그 가운데 두 분은 이미 다녀왔고, 한 분은 가계시고, 나머지 한 분은 가게 될 것”이라고 올렸다. ‘가게 될 나머지 한 분’은 퇴임 후 구속된 적 없이 생존해 있는 유일한 전직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뜻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