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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이 지휘 중 눈을 감는 이유 - 카라얀 2편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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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얀이 지휘 중 눈을 감는 이유 - 카라얀 2편  
▲ 카라얀이 눈을 감는 행위를 ‘오케스트라를 믿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단원들의 연주력을 믿지 않으면 지휘자가 어떻게 무대 위에서 눈을 감고 감상하다시피 지휘할 수 있다 말인가.

몇 년 전이었던가. 필자가 모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참관하던 중 전체적 사운드를 들어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몇 분간 오직 소리에만 집중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리허설이 끝나서 단원들과 인사를 나누려고 하는데 한 단원이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아까 눈 감고 주무시는 것 다 봤는데, 오늘 좀 피곤하세요?”

지휘를 하면서 눈을 감는다는 것. 얼핏 생각해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지휘자의 역할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지휘자는 악기를 확실하게 보고 지시(Cue)를 해 주어야 한다. 그 지시에 따라 나오는 소리들이 모여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모든 악기의 소리를 한 음도 놓치지 않고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 지휘자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여기서 눈을 감는다는 것은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눈이라는 지휘의 도구 3가지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포기하는 것이다. 심지어 필자가 독일에서 공부할 당시 오른손과 왼손은 묶어 놓고 오직 눈으로만 모든 것을 지휘하는 훈련을 한 적도 있을 정도로 지휘에서 눈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가 있다. 카라얀이 눈을 감고 열심히 지휘하다가 어떤 파트가 실수를 하면 갑자기 눈을 떠서 그 파트 주자를 바라보는데, 다음 리허설부터 그 자리는 다른 사람이 앉아있다는 농담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라얀을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비판하는 골자는 이렇다. '카라얀은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만 관심을 갖고 모든 포커스를 자신에게만 맞춘다. 카라얀은 베토벤이건 모차르트건 누구건 상관없이 모든 음악을 카라얀 자신만의 해석으로 바꾼다. 또한 그의 지휘 포즈에서도 작곡가의 음악이 보이지 않고 오직 카라얀의 멋만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그러한 초보적 의견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인터넷이나 음반점에서 시판되는 카라얀의 리허설 영상물을 단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리허설하고 한음 한음에 얼마나 민감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10분이 지나도 열 마디를 채 넘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는 어떤 한 부분에서 지휘자가 지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연주의 기술적인 그리고 음악적인 모든 측면을 말이다.

때로는 리허설 중에도 눈을 감고 지휘하면서 오직 소리에만 집중하여 듣고 다시 연주를 중단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또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이 리허설은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소리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 카라얀이 계속 몰아붙이고 있는 오케스트라가 다른 오케스트라도 아닌, 세계 최고의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는 것이다.

카라얀이 평생 녹음을 계속 했던 이유도 어쩌면 이것일 지도 모른다. 녹음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실수나 오점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려면 아주 치열한 연습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계속해서 다른 곡들을 녹음하려면 오케스트라가 가진 최고의 연주력이 계속 유지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힘들어진다.

이렇게 치열한 연습과정을 거친 단원들의 연주를 지휘자가 무대에서까지 일일이 지시를 해 가면서 지휘할 필요가 있을까. 필자는 카라얀이 눈을 감는 행위를 ‘오케스트라를 믿는 것’이라고 감히 해석한다.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단원들의 연주력을 믿지 않으면 지휘자가 어떻게 가장 중요한 무대 위에서 눈을 감고 감상하다시피 지휘할 수 있다 말인가.

그렇다고 카라얀이 음악적 표현을 등한시한 채 자신의 멋만 부리는 지휘를 하는가? 결코 아니다. 지휘를 제대로 공부하고 나서 필자가 다시 감상한 카라얀의 지휘는, 그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정확하고도 고급스럽게, 하지만 절대로 크지만은 않은 동작으로 그 음악이 가는 길을 한 음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필자도 카라얀의 모든 해석을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카라얀은 비발디나 바흐에서 쇤베르크나 스트라빈스키에 이르는 20세기 음악까지 대부분의 관현악곡들과 수많은 오페라를 녹음했는데, 필자가 추천한 카라얀의 베토벤도 요즘 나오는 원전연주에 비하면 다소 올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카라얀의 투란도트나 까발레리아 루스띠까나 등 오페라 중 몇몇 음반은 가끔은 듣기 거북할 정도로 너무 느려서, 베리즈모(사실주의) 오페라의 역동적 템포와 좀 거칠지만 사실적 음악 묘사를 좋아하는 필자의 취향과 너무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동시대의 미국인 지휘자로써 말러 교향곡 전곡을 몇 차례 녹음했던 번스타인과 달리 카라얀은 말러의 교향곡을 몇 곡 지휘하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카라얀은 말러의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카라얀이 연주한 말러9번 교향곡 실황음반은 더 이상은 나오기 힘든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다.

카라얀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초심자들에게 카라얀 최고의 명반을 추천하자면, 먼저 언급했던 베토벤 전집과 더불어 브람스와 브루크너 음반들, 그리고 러시아의 거친 정신에 독일 낭만주의의 유려함을 입힌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영상물을 추천한다. 여기에 평생 오페라를 놓지 않았던 그를 위해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음반과 레퀴엠 영상물을 더하자.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부리나케 나와 택시를 잡아 탔다. 그리고는 목적지를 말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러자 이를 본 택시기사가 “손님, 목적지를 말씀하셔야지요.” 라고 하자 카라얀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어디를 가던 상관없소. 난 어디서건 할 일이 있는 사람이란 말이오. 난 카라얀이오.”

수많은 녹음과 영상물, 그리고 오페라 영화와 음악 교육, 매니지먼트 등을 통하여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발전에 공헌한 마에스트로 헤름헤르트 폰 카라얀은 세상을 떠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할 일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인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이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하였으며,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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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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