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18-01-15 17:40:08
확대축소
공유하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하이트진로 오너 2세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10년에 걸친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경영권 승계 토대를 마련했다고 파악했다.
공정위 15일 하이트진로가 오너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장기가 부당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10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 박태영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 부사장.
공정위는 또 오너 2세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과 김인규 대표, 김창규 상무 등 경영진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박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인 2008년 4월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문 인력으로 서영이앤티 본사의 핵심업무를 수행하면서 하이트진로와 각종 내부거래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또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공캔 1개당 2원의 통행세를 지급했다.
통행세 거래는 2012년 말까지 지속됐다. 서영이앤티는 매출 규모가 6배 급증했고 해당기간 순이익의 49.8%에 이르는 이익을 제공받았다.
2013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하이트진로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계열사간 거래의 법위반 적발가능성이 높아 이를 외형상 비계열사 거래로 대체하기 위해 추진한 것으로 판단했다.
서영이앤티는 1년1개월 동안 590억 원의 매출을 확보하고 이 기간 영업이익의 20.2%에 이르는 이익을 책임졌다.
2014년 2월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키미데이타에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지원했다.
서영이앤티가 자금압박에 시달리자 하이트진로는 키미데이타에 서해인사이트 주식 매수를 제안했다. 하이트진로는 매매 가격을 직접 협상하면서 미래 수익 가치법으로 평가된 25억 원에 매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이트진로는 키미데이타가 일정 기간 안에 주식 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이면약정을 제안했다. 매각 이후하이트진로는 서해인사이트에 생맥주 기기 A/S업무 위탁비를 대폭 올려줬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제3자를 통해 서영이앤티에 주식 고가매각 차액만큼 이익을 제공하고 이를 용역대금 인상 형식을 분할상황한 우회지원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박 본부장은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주식 고가 매각에 직접 관여했다. 하이트진로는 2017년 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표이사 결재와 오너2세 관여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핵심 내용을 삭제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9월 삼광글라스에 글라스락캡 구매 시에 서영이앤티를 끼워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글라스락 통행세 거래는 공정위 조치가 임박한 2017년 9월 말 중단됐다. 서영이앤티는 이를 통해 32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 기간 순이익 가운데 1309.9%의 이익을 확보했다.
공정위는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행위로 공정거래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오너2세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가 제공됐다”며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공정위 조치와 관련해 “지적된 내용은 적법한 거래로 이미 의혹이 해소된 사항”이라며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