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주시장 판도는 '1강 2중 7약' 체제로 요약된다.
2012년 말까지 점유율을 보면 하이트진로가 48%를 차지해 1위를 지켰다.
롯데주류가 15%, 무학이 13%를 차지하면서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그 뒤를 보해양조, 금복주 등 나머지 업체들이 따르고 있다.
최근 지방소주업체들이 수도권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금복주는 ‘참소주’가 ‘이마트 등 전국 대형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보해양조는 올해 저도수 ‘아홉시반’을 출시하고 서울에서 강의 형태의 ‘아홉시반 주(酒)립대학’ 캠페인을 펼쳤다.
지방소주업체는 생존을 위해 수도권 진출을 선택한다.
음주인구가 지방보다 최대 3배 정도 많은 수도권을 개척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 무학, 경남에서 수도권으로
지방소주업체 가운데 수도권 진출의 대표주자는 무학이다.
1973년 정부는 소주시장의 과당경쟁과 품질저하를 막기 위해 하나의 도에 하나의 소주업체만 허용하는 ‘1도 1사’원칙을 발표했다.
|
|
|
▲ 최재호 무학그룹 회장 |
무학은 이때 경남지역의 소주 판매업체로 선정돼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3년 뒤 정부가 도매상들의 경우 전체 소주 구입량의 50% 이상을 그 지역 소주업체에서 구매토록 하는 ‘자도주 구입제도’를 실시해 무학은 경남의 대표 주류업체가 됐다.
자도주 제도가 1996년 폐지되자 무학은 1998년 코스닥시장에 등록했다. 2010년 주식을 증권거래소로 옮겨 재상장하면서 코스피 상장기업이 됐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최위승의 차남인 최재호 회장이 무학을 이끌기 시작했다.
최재호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국내 소주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좋은데이’를 개발해 국내 소주시장에 저도주 소주의 바람을 일으키면서 무학을 급성장시켰다.
좋은데이는 16.9도로 2006년 출시돼 그해 11월 전국 소주시장 7%(5위)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1년 12.9%, 2012년 14.0%, 지난해는 1~2월 15.1%로 신장세를 타며 7년 만에 소주시장 점유율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를 사임했다. 그는 “숨 가쁘게 현장을 뛰어다니며 단기적인 회사 경영에만 몰두하다 보니 회사 전체의 장기적 계획을 세울 시간이 없어 여유를 좀 얻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글로벌 주류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서 수도권 진출은 거쳐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피하지 않겠다”며 수도권 진출에 나섰다.
무학은 지난해 11월 월간 최대 7천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창원 2공장을 완공했다. 이로써 무학은 국내 총 소주 생산량의 30%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 회장은 준공식에서 “이번 창원 제2공장 준공을 계기로 수도권과 해외에도 사업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무학은 서울지역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무학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강남 일대의 업장들 대상으로 테스트마켓 수준의 영업을 하고 있다”며 “판매량이 테스트 이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는데 지금은 경남출신 뿐 아니라 다수 소비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무학은 지난 14일 철강사업부를 분할해 무학스틸을 설립했다. 스틸사업부가 실적이 부진하자 분할하고 소주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무학은 2005년 철강업체 유케이스틸을 인수해 무학스틸로 개명했다. 그뒤 무학스틸은 현재 무학의 스틸사업부로 흡수합병 됐다. 그러나 철강사업부는 실적부진으로 애물단지가 됐다.
올해 상반기 무학 전체 매출에서 전기 강판 등 철강제품의 비중은 7%에 그쳤고, 나머지 93%는 주류제품에서 발생했다.
물론 최 회장의 의욕적 수도권 진출에 대해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좋은데이의 브랜드 인지도가 기존 업체들의 제품보다 약한 게 사실”이라며 “더욱이 기존 업체들이 영업망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어려움이 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이제 해외로
국내 소주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국내시장이 레드오션이라 판단하고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60여 국에 진로, 참이슬, 하이트, 드라이d, 진로막걸리, 명품진로 등 총 74개 품목을 수출하고 있다.
|
|
|
▲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
지난해 수출액은 1억 2695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맥주와 소주가 각각 55%, 42%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진로소주는 2001년부터 글로벌 증류주 판매량 1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우리나라의 소주와 같은 알코올 도수 20% 내외의 주류는 세계에서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소주를 세계 각국에 소개하고 경쟁력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0월 하이트진로의 프리미엄 소주들에 대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품진로(국내 유통), 명품진로(중국 수출), 진로오츠(일본 수출) 등 하이트진로의 프리미엄 소주들을 소개하며, 특히 일품진로에 대해 “굉장히 부드럽고 청량한 맛”이라고 호평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64개국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의 중국수출 실적은 2013년 40.3%, 2014년 상반기 33% 성장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롯데주류는 미국, 일본을 비롯해 세계 50여개국에 처음처럼, 청하, 설중매 등 등 다양한 주종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롯데주류는 9년 연속으로 일본에 가장 많은 물량의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현지화 전략으로 일본 수출용 ‘경월소주’를 만들었다. 경월소주는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소주 가운데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경월소주는 현지 소비자들의 감성에 맞춰 준비한 제품"이라며 "술에 물이나 음료를 타 먹는 미주와리 음용법 유행에 따라 다양한 건강음료와 섞어서 마시게 하는 마케팅을 펼친 점도 성공비결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경월소주는 일본소주보다 가격이 20% 가량 비싸지만 천연암반수로 만든 부드러운 술이란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해마다 판매량이 늘고 있다.
롯데주류는 올해 일본소주 수출액이 70억 엔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주류의 지난해 일본시장 소주 수출액은 63억 엔으로 2012년(51억 엔)보다 10% 이상 늘었다. 2011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