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이끌어내는 물꼬가 트인 것으로 보고 국제사회와 발맞춰 대화와 제재를 동시에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에 제재·압박을 가해왔는데 그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며 지금이 첫 시작이다”라며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은 아니지만 정상회담을 할 여건이 되고 성과가 전망되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일문일답을 나눈 전문이다.
◆ 대북제재와 북미 갈등 등 외교·안보 분야
- 과거처럼 유약하게 북한과의 대화만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과거 어떤 것이 유약한 대화였나. 정상회담의 방향과 전제조건은.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려는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도 이뤄야 한다. 이 2가지는 따로 갈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북한에 제재·압박을 가해왔다. 그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며 지금이 첫 시작이다.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북한에 성의를 다해 대화해 남북관계 개선·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으나 만약 북한이 다시 도발하거나 북핵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는 계속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2가지 모두를 구사하는 대북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면 저는 어떤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 없고 정상회담을 하려면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
- 미국과 북한 간 갈등이 생길 때 한국의 입장은.
“남북간 대화가 시작됐는데 이 대화를 남북관계 개선 계기로 삼고 나아가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계기로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 한국은 미국과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래서 미국도 이번 남북 대화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이것이 북핵문제 해결에도 도움 되길 바란다는 뜻을 함께 표명하고 있다.”
- 대북정책 관련해 한국의 관여정책과 미국의 압박정책이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고 있고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길로 나와서 핵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공존하는 길을 찾도록 하려는 데 있다. 현실적으로는 제재와 압박이 높아지면 지나치게 긴장이 고조돼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긴장을 관리하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긴장이 높아지거나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기 전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 북한이 나온 대화의 장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 남북 고위급회담이 성사되는 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은 어느 정도 되나. 한국이 대북제재 중단을 언급했는데 어느 정도까지의 범위를 생각하고 있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고 감사를 드리고 싶다. 지금 북한과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 (대북제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나갈 것이다. 한국이 국제적 대북제재와 별개로 독자적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현재 없다.”
-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파견할 대표단에 누가 왔으면 좋겠나.
“남북 고위급회담은 첫 걸음인데 출발이 좋았다. 그렇다고 너무 앞서가면서 이런저런 가정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계기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가능하면 고위급 대표단이 돼서 어제와 같은 대화의 장이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북한이 어느 급의 대표단을 보낼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아마 평창올림픽을 보면서 서로 실무 협의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평창올림픽 기간이 다가오면 발표되지 않을까 한다.“
-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등 문제를 올해 안에 적극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있나. 계획이 있다면.
“일단 5·24조치 가운데 경제적 교류 부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부분은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제재,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제재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 범위 속에 있다면 독자적으로 그 부분을 해제하기는 어렵다. 결국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가야 한다.
저는 대화 노력이 서로 선순환 작용을 할 것이라고 본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노력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고 북핵문제 해결이 진행돼야 남북관계도 그만큼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나서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 부분이 이뤄진다면 그 속에서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검토해 나가겠다.”
-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답변해달라.
“우선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할 조치가 필요하다. 할머니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돈으로 치유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할머니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할머니들 치유조치는 우리 정부 돈으로 하려고 한다. 이미 이뤄진 출연도 다 우리 정부의 돈으로 대체하겠다. 그러면 이미 그 치유금을 받은 할머니들도 떳떳할 수 있을 것이고 아직 받지 않은 할머니들도 이제는 떳떳하게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억 엔을 어떻게 할지와 관련해서는 일본과 할머니들, 시민단체들과 앞으로 협의해나가야 한다. 만약 그 돈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목적으로 쓰이는 점에 일본과 위안부 할머니들, 시민단체들이 동의한다면 그것도 바람직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협의해 나가겠다.”
- 정부가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만족하나.
“만족할 수 있겠나. 상대가 있는 일이고 외교적 일이고 이미 앞 정부에서 두 나라간 공식적으로 합의했던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만족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최선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방안을 정부가 발표한 것이었다.
‘기존의 합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왜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 것인지’ 질문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저는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그 진실을 인정하고, 또 피해자 할머니들에 진심을 다해서 사죄하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으며 다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갈 때 할머니들도 일본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완전한 위안부 문제 해결이다.
이는 정부와 정부 간 피해자를 배제한 채 조건과 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정부는 양 정부가 서로 요구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배제한 가운데 문제해결을 한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었다.
우린 일본에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입각한 해결을 촉구하겠다. 그러나 우리가 기존 협상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