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 사드보복에서 가까스로 벗어나자마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해외판매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8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2017년 4분기 중국에서 44만2천 대를 팔았다. 2016년 4분기보다 중국판매가 25%나 줄어든 것이지만 2017년 3분기보다 58.3% 늘면서 현대기아차는 사드보복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분기별 중국판매 감소폭은 1분기 26%에서 2분기 64.1%로 떨어져 바닥을 찍고 3분기 31.3%로 개선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아차가 지난해 중국 딜러와 갈등으로 1분기부터 판매가 급락했기 때문에 올해 기저효과가 뚜렷할 것”이라며 “2018년 중국 자동차판매가 소비세 인하정책 종료 탓에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기아차는 판매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었다. 2017년 미국에서 2016년보다 10.4% 줄어든 127만5223대를 파는 데 그쳤다.
미국에서 SUV와 CUV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세단에 치우진 제품군을 갖춘 탓에 판매가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쌓인 재고를 줄이고 SUV 출시와 판매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판매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으로 또다시 미국판매 위기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통상당국은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자유무역협정 1차 개정협상을 했다.
미국 당국은 이날 협상 후 성명서를 내고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 주요 산업용품 분야에서 더 공정한 상호무역을 하고 수출에 영향을 주는 무역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2019년부터 수입산 픽업트럭에 부과하던 관세 25%를 축소하기로 한 데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하면서 자동차부문에서 강경하게 나가 최대한의 실리를 얻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통상당국은 이르면 1월 말경 서울에서 2차 개정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 해외에 수출한 물량 가운데 미국에 수출한 물량이 30%가 넘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전 세계 판매량의 20% 안팎을 팔고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겨우 중국 사드보복에서 벗어나자 미국 보호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한숨을 돌릴 틈조차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