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1-05 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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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넥스원의 성장성에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5일 방산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LIG넥스원이 최근 두 달 동안 지난해 실적추정치를 두 번이나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앞으로 낼 실적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권희원 LIG넥스원 사장.
방산기업은 정부가 짠 국방예산 안에서 특정무기를 개발하거나 양산하는 사업을 수주한다.
한 해 국방예산이 통상 직전년도에 확정되기 때문에 방산기업들은 대부분 국내사업에서 한 해 얼마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낼지 추정할 수 있다.
LIG넥스원은 해외사업 매출비중이 5~10% 안팎에 불과해 2017년 국방예산을 바탕으로 지난해 초에 매출 1조9900억 원, 영업이익 117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초에 이어 4일 두 번이나 2017년 실적추정치를 하향조정하면서 앞으로 사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LIG넥스원은 4일 지난해 실적추정치를 매출 1조7700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초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11.1%, 98.7% 급감하는 것이다.
LIG넥스원의 발표대로라면 LIG넥스원은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673억 원을 냈을 것이 확실시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영업환경 변화에 따라 실적 전망을 변경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방산기업이 진행하고 있던 개발사업이 중단되고 이에 따른 영업이익이 변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정부가 국방비를 꾸준히 늘리면서 대형 방산기업들이 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국방비 증가가 국내기업 손익에 온전히 기여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IG넥스원이 보유한 수주잔고가 2015년 4분기 이후 일곱 분기 연속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2년 연속 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이라는 점을 놓고 LIG넥스원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방산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국방비 예산 가운데 방산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방위력 개선비를 기준으로 한 LIG넥스원의 국내시장 매출점유율은 2014년 11.8%에서 2015년 15%로 늘었다가 2016년에 다시 13.5%로 뒷걸음질했다.
방위력 개선비는 신규무기 도입과 기존무기 개량에 쓰이는 비용을 말한다.
LIG넥스원이 유도무기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LIG넥스원은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항공전자, 전자전, 무인로봇 등의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유도무기사업을 하는 정밀타격부문의 매출비중이 75% 정도로 가장 높다.
유도무기로 단·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천마·천궁), 대전차 유도무기(현궁),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신공), 유도로켓, 어뢰 등 각종 유도탄을 생산하는데 무기의 특성상 수요가 한정적이라는 특성을 보인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사일 특성상 실제 전시상황이 아니라면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날 이유가 크게 없다”며 “군사훈련으로 사용된 미사일을 대체하는 수준에 그치게 되는데 사업 확장에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중동과 인도, 남미 등 신흥시장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등 선진시장에서 개최된 방위산업회나 에어쇼에 참석해 수출길을 찾으려고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