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주사체제 전환작업에 시동을 걸며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효성은 경영 투명성을 놓고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는데 조 회장이 그룹총수로서 사실상 첫 과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꺼내 든 셈이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효성캐피탈 지분도 정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동생
조현상 사장과 계열분리를 놓고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 관계자는 4일 “효성캐피탈 지분을 아직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금융자회사를 정리하는 문제를 놓고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 만큼 여러 가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효성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 존속법인인 효성이 효성캐피탈 지분을 2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효성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효성캐피탈 지분을 97.2% 보유하고 있다.
효성은 3일 존속법인인 지주사와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의 사업회사 4개로 분할하는 안건을 주주들로부터 승인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 안건이 받아들여지면 6월1일자로 효성은 지주사와 사업회사 4곳으로 분할된다.
지주사 효성이 효성캐피탈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온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효성이 인적분할을 진행한 뒤 효성캐피탈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며 “효성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단 영업부채가 줄어들면서 부채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효성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효성캐피탈 차입금이 연결기준 순차입금 가운데 27%인 것으로 파악된다. 약 1조850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인데 효성캐피탈을 매각하면 이런 차입금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게 돼 효성의 재무 건전성이 높아질 수 있다.
효성캐피탈은 2017년 초부터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26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효성이 낸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4.3% 정도다.
조현준 회장 등 오너일가가 효성캐피탈을 개인회사로 삼으며 매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ITX와 갤럭시아컴즈의 최대주주로서 각각 30% 넘는 지분을 보유하며 효성ITX와 갤럭시아컴즈를 사실상 개인회사처럼 보유하고 있다.
조현준 회장이 효성캐피탈 지분을 개인적으로 확보해 외부에 넘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효성이 지주사체제로 안정되고 나면 중장기적으로
조현상 효성 사장과 계열분리를 추진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조현상 사장은
조현준 회장의 동생이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은 지금까지 각 사업영역 운영을 놓고 서로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향후 계열분리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효성은 각 사업부문을 7개PG로 나누고 그동안 운영해왔는데
조현준 회장이 섬유와 정보통신PG를,
조현상 사장은 산업자재와 화학PG를 각자 운영해왔다.
효성은 효성티앤씨가 섬유와 무역부문, 효성중공업이 중공업과 건설부문, 효성첨단소재가 산업자재부문, 효성화학이 화학부문사업을 맡도록 사업을 분할했다.
그동안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경영행보에 비춰봤을 때
조현준 회장이 지주사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을 맡고
조현상 사장이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을 맡는 쪽으로 계열분리의 방향을 잡아갈 수도 있다.
효성그룹은 과거 장남
조석래 명예회장으로 승계가 이뤄지면서 차남 조양래 회장과 삼남인 조욱래 회장에게 각각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을 계열분리해 상속하도록 한 전례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