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훈 차병원그룹 회장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장을 지내다 병원에 막대한 후유증을 떠안긴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씁쓸히 퇴장했는데 차병원그룹에서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송재훈 회장의 선임과 함께 차바이오텍, CMG제약 등 차병원그룹의 바이오헬스케어 계열사들을 향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송 회장은 2일 차병원그룹 새 회장이 됐다. 그룹에서 바이오헬스케어 파트를 총괄하면서 차바이오텍 회장도 겸임한다.
이에 따라 차병원그룹은 병원 파트를 총괄하는 김한중 회장과 송 회장이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하게 된다. 오너일가인 차광렬 명예이사장은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손을 뗐다.
송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 그룹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의료기관과 연구기관, 기업이 연계된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다”며 “차바이오그룹이 세계적 생명공학그룹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삼성서울병원장 출신인데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짊어지고 중도하차했다.
송 회장은 한용철 삼성서울병원 초대원장의 애제자로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전공의 등 수련과정을 밟은 뒤 서울 아산병원과 미국 메이요클리닉 교환교수 등을 거쳤다.
그 뒤 삼성서울병원에 20년 가까이 몸 담고 감염내과 과장, 홍보실장, 기획조정실장과 차장 등을 역임하면서 암센터 개원 등 굵직한 사업의 씽크탱크 역할을 했다.
2012년 삼성서울병원장에 올라서는 향후 20개 의료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놨으며 실제로 재임기간 높은 평가를 받고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5년 연임하자마자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송 회장은 명성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2차확산의 주요 진원지로 지목된 데다 확진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이 병원에서 나왔다.
게다가 송 회장이 감염내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는 점에서 감염병 관리에 실패했다는 뭇매가 더 거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공식회견을 열고 직접 대국민사과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 수가 급감하고 부분폐쇄를 하면서 2015년 1608억 원의 의료손실을 냈다.
송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가는 등 수난을 겪다 결국 2015년 12월 임기를 2년 6개월 남기고 물러나 감염내과 교수로 돌아갔다.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으나 메르스 환자 신고를 지체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이후 안식년을 보내며 조용히 지내다 지난해 11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아예 퇴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차병원그룹에서 새 출발점에 선 셈이다.
차바이오그룹 관계자는 "송 회장이 대형병원을 경영한 경험으로 바이오제약사업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병원과 연구기관 등 여러 분야에서 송 회장이 산학연 연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바이오그룹은 차바이오텍, CMG제약 등의 성장 잠재력이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송 회장의 진두지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3년 동안 삼성서울병원장을 지내면서도 진료부문과 비교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던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쏟았다.
차바이오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차바이오텍은 현재 국내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인성 황반변성(건성) 치료제와 급성뇌졸중 치료제, 간헐성파행증 치료제 등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수혜회사로 꼽힌다.
CMG제약은 표적항암제 ‘CMG2014’ 등을 개발하고 있는데 올해 미국에 임상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암 테마주로’ 코스닥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