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은 누가 될까?
2일 금융권에서는 이 총재의 후임으로 장병화 전 한국은행 부총재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신현송 국제결제은행 조사국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 (왼쪽부터) 장병화 전 한국은행 부총재,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신현송 국제결제은행 조사국장. |
이주열 총재가 연임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임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행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총재의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의 전임자 24명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사람은 김유택 전 총재(1951~1955년 재직)와 김성환 전 총재(1970~1978년) 두 명뿐이다.
이주열 총재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낮춘다.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정책기조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탓에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 가격만 올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출신 인물 가운데 장병화 전 부총재가 새 총재 물망에 오른다.
장 전 부총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금융시장국장과 정책기획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주열 총재가 부총재로 있을 때인 2009년에는 부총재보를 지냈다. 그 뒤 한국은행 부총재로 3년 동안 일하고 지난해 6월 퇴임했다.
장 전 부총재는 40년 가까이 한국은행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통화정책 관련 경험을 쌓은 점이 강점이다.
외부인사로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거명된다.
김 부의장은 서강대 석좌교수를 지낸 개혁적 보수성향의 경제학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을 만들어 박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정부에 비판적 의견을 보였으며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 자문역 겸 조사국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신 국장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비서구권 인물로는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 고위직에 오른 국제금융 전문가다.
국제결제은행은 각국 중앙은행이 모여 금융안정을 추진하는 국제기구다. 은행권의 건전성 권고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 국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외국 대학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일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 등도 거명되고 있다.
다만 이들 가운데 아직까지 뚜렷한 후보는 없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애초 한국은행 총재로 유력하게 꼽혔던 인물은 조윤제 서강대 명예교수였다. 조 명예교수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서 일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보좌관을 지낸 거시경제 전문가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명예교수는 지난해 8월 주미대사로 지명되면서 유력 후보군에서 빠졌다.
한국은행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내정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3월31일 끝나는 만큼 늦어도 3월 초까지는 내정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의 경우에도 2014년 3월 초 내정사실이 밝혀졌으며 그해 4월1일 취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