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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임금체불 막기 위한 정책에 하도급기업 자금난 걱정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7-12-25 04: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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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꼽혀온 임금체불를 바로잡기 위해 법 개정에 속도를 낸다.

하지만 하도급기업들은 건설현장의 현실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정책이라며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 국토교통부, 건설노동자 임금체불 개선 주력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공에서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임금을 뒤늦게 받거나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계 임금체불 막기 위한 정책에 하도급기업 자금난 걱정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교통부는 2018년 2월까지 건설산업기본법과 전자조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안에 모든 공공공사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임금을 제때 정확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건설업종 노동자의 임금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의 뼈대는 공공공사 발주자의 임금 직접지급제 의무화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와 조달청, 서울시 등에서 개발·보급하고 있는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전면 확대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공공공사를 수주한 원청건설사와 하도급건설사 모두 발주처로부터 받은 돈을 정해진 명목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은 건설사가 임금과 하도급대금 등을 다른 용도로 인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노동자 계좌 등으로 송금만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시스템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자재와 장비, 노동인력을 공급하는 건설현장 말단 기업들은 공사에 투입한 자금을 하도급건설사에 청구한다. 하도급건설사는 이를 다시 원청건설사에 청구하고 원청기업은 발주처에 돈을 청구해 받는다.

이 돈은 자금청구순서와 반대로 원청기업에서 하도급기업, 자재·장비·노동인력 공급기업 순서로 흐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자 인건비로 지급돼야 할 돈이 사라지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복안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행정지도를 통해 국토교통부와 산하기관 공사현장에 대한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의 전면적용했다. 법 개정 전에도 시스템 사용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활용하는 공공기관에 별도의 장려정책(인센티브)도 실시하기로 했다.

향후 민간공사에서도 임금체불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과 유사한 체불방지 기능을 탑재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업에도 공공공사 입찰 때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 하도급기업 “건설현장 실태 모르고 추진하는 정책”

건설사 노동조합과 건설근로자공제회 등 건설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정부 정책을 환영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가 그동안 건설업계의 임금체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차례 회의를 열 때마다 근본적 대책의 마련을 요구했는데 이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임금체불 막기 위한 정책에 하도급기업 자금난 걱정
▲ 한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뉴시스>

국토교통부가 올해 추석 국토교통부와 산하기관이 발주한 건설현장을 모두 조사한 결과 현장에서 노동자에게 임금이 제때 지불되지 않은 금액은 106억 원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곳도 있다. 바로 건설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는 주체인 하도급기업들이다.

하도급기업들을 대변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해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의 도입 확대를 추진할 때부터 현실적 이유를 들어 정책을 반대했다”며 “하도급기업의 자금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도급기업들은 규모에 따라 전국에 수 개~수십 개의 건설현장을 운영한다. 전체 건설현장 가운데 60~70%는 민간사업이고 나머지 30~40%가 공공사업이다.

하도급기업들은 보통 공사를 수행한 뒤 매달 원청기업에 공사를 진행한 만큼의 대금(기성)을 청구한다. 원청기업은 대형건설사가 대부분이라 이렇게 모인 기성을 분기마다 한 번씩 발주처에 청구해 대금을 받는다.

하지만 발주처는 공사를 얼마나 진행했는 지와 무관하게 공정이 끝난 부분에 대해서만 대금을 지급한다. 하도급기업이 A라는 공정을 80% 진행했다고 공사비를 청구해도 발주처는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하도급기업들은 80% 진행한 공정에 투입된 인건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건설현장에서 받은 공사비를 대신 쓰는 방법으로 이런 일에 대응하고 있다. B현장에서 비는 금액을 C현장 공사대금으로 메운다는 뜻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보통 하도급기업들이 여러 공사현장의 자금을 본사에서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며 “기성이 매달 제때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금을 돌려막는 주먹구구식 대처방법을 쓰고 있던 것인데 앞으로 이 방법이 막히게 되면 자금운영이 상당히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건비를 다른 비용보다 우선 지급하라는 정부의 정책에 공감하지만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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