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사 SK가 정기인사에서 사장 승진자를 대거 배출하며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K가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있어 앞으로 경영자 수업을 하기에 더욱 좋은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왼쪽)과 장용호 SK머티리얼즈 사장, |
2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7일 실시한 인사에서 SK의 승진자 명단이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이번에 4명의 사장 승진자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명이 SK에서 나왔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과 장용호 SK머티리얼즈 사장, 안정옥 SK 사장은 모두 SK에서 승진했고 안재현 SK건설 사장만이 SK 출신이 아니다.
특히 조 사장과 장 사장은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이동해 뜻밖의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조 사장은 SK에너지의 전신인 유공 재정팀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에너지분야를 떠나 있었고 장 사장도 SK에서만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조 사장과 장 사장은 SK에서 각각 재무부문장(CFO)과 PM2부문장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SK그룹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인사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SK 재무부문장으로 있으면서 SKC, SK증권, SK건설 등 다양한 계열사의 이사회 멤버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계열사 경영을 맡기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경영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무 전문가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그룹 안팎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조 사장도 SK그룹과 계열사 살림을 챙기며 최 회장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도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 사장이 부문장을 맡던 PM(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는 SK 경영활동의 주요 의사결정을 전담하고 있지만 업무 내용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있는 조직이다.
장 사장은 PM2부문장으로 SK그룹의 반도체 소재사업 진출 전략을 수립했고 SK머티리얼즈(전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SK는 최근 그룹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경영자들을 계속 배출했다.
지난해 인사에서 SK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으로 선임된
조대식 의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모두 SK 대표로 있다가 자리를 옮겼다.
▲ 조대식 SK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왼쪽)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조 의장과 박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받으며 그룹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조 의장은 SK그룹의 큰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고 있고 박 사장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주도하는 등 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SK가 투자전문회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어 최고경영자 산실로서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는 올해에만 모두 1조7천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SK그룹이 실행한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의 80%에 이르는 것이다.
SK그룹이 최근 가장 활발하게 인수합병과 투자를 진행하는 점에 비춰보면 SK의 인재들이 중용받기 쉬운 구조로 분석된다.
장동현 SK 사장도 인재육성을 강조하며 올해 초부터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투자포럼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갖춰야 다양한 신규 투자와 사업확장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근본적 변화(딥체인지)를 목표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장동현 사장의 의지가 강하다”며 “내부 구성원들도 장 사장의 생각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