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롯데그룹 경영비리 1심 선고공판에서 최상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집행유예를 받았고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다만 내년 1월 예정된 ‘박근혜 게이트’ 국정농단 관련 선고공판이 남아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신 회장은 22일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황각규 사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신 회장은 10월 말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의 횡령 및 배임 재판결과를 봤을 때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아 최악의 경우 법정구속될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그러나 대부분 혐의가 무죄로 인정되면서 형량도 대폭 줄었다.

신 회장이 받은 형량은 2000년대 들어 재판에 넘겨져 유죄판결을 받은 대기업 총수 가운데 가장 낮은 형량이다.

롯데그룹은 판결 직후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더욱 합심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도 법원을 떠나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심경을 밝혔다. 신 회장은 선고공판이 진행된 2시간 내내 굳은 얼굴로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따랐을 뿐이라는 신동빈 회장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에서 절대적 위상을 지녔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뜻을 거절하기 어려웠고 이 사건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도 없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점과 롯데그룹에서 신 회장의 존재감이 크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가담 정도와 현재 처한 대내외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피고인을 경영일선에서 빼는 것보다 기업활동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복잡하게 얽혀있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롯데지주를 만드는 등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호텔롯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올해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점, 신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점 역시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번 판결로 롯데그룹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개편과 해외사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형량이 낮은 만큼 한일롯데 경영권을 수성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임원인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인사얘기를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신 회장의 재판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지만 조만간 임원인사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 임원인사는 보통 12월 말에 이뤄졌다.

다만 검찰이 항소할 것으로 보여 한동안 법정 공방을 이어갈 수도 있다.

신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아 내년 1월26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재판에서 신 회장의 형량이 대폭 낮아진 점이 오히려 박근혜 게이트 재판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번 재판의 경우 신격호 명예회장이라는 방패막이 있었지만 박근혜 게이트 재판의 경우 신 회장이 한일롯데의 완전한 경영권을 확보한 뒤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신 회장이 실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14일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에 지원한 70억 원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를 따내기 위한 뇌물이라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