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10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유상증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규모가 작아 유상증자가 늦어질 경우 새 상품 출시나 신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심 행장은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확충할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 안에 증자를 실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 열풍’ 속에서도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출자산 1조4090억 원, 예금자산 1조9580억 원을 보유해 올해 목표인 수신 5천억 원과 여신 4천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심 행장은 9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증자 계획을 밝혔다. 그는 “사업을 계속 보완해 2020년 흑자전환, 2022년에 손익분기점 돌파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채용비리 문제로 홍역을 치른 끝에 이광구 행장이 사임하면서 유상증자 관련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도 유상증자 참여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산분리 규제가 한동안 완화되기 힘든 데다 인가 과정의 특혜 의혹 등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 행장은 실권주가 생길 경우 새 주주를 찾기로 했지만 유상증자의 구체적 사항들도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관련 계획의 진척도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 행장은 케이뱅크의 중금리대출 규모를 3년 안에 5천억 원까지 늘릴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위해선 자본금을 늘리기 위한 증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미 케이뱅크는 주력대출상품인 ‘직장인K신용대출’ 판매를 6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중단한 전례도 있다. 대출규모가 급증해 초기자본금 2500억 원이 빠르게 바닥났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9월에 출시하려고 했던 모바일 방카슈랑스(은행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를 12월에야 내놓은 것도 부족한 자본금 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말에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금을 3500억 원으로 늘렸지만 이 자본금 규모는 카카오뱅크의 8천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케이뱅크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춰야 하는데 지금의 예금과 대출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2018년 3월에 이 기준을 지키기 어렵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적으로 살펴봐도 케이뱅크의 지속성장을 위해 아파트담보대출 등으로 상품을 다변화하려던 심 행장의 계획 역시 차질을 빚게 된다.
케이뱅크가 이번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확실한 최대주주가 없어 앞으로 같은 어려움을 반복해서 겪을 가능성도 높다.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들을 살펴보면 우리은행 10%, 한화생명 9.4%, GF리테일 9.4%, 다날 9.4%, NH투자증권 8.6%, KT 8%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자본금 문제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비해 케이뱅크는 그러기 힘든 구조”라며 “은산분리 규제 이슈에도 카카오뱅크보다 더 취약할 수밖에 없어 심 행장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와 관련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심 행장이 약속했던 증자 시기는 올해 안 또는 내년 초"라며 "우리은행과 KT는 지난 증자 때도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했고 이번에도 증자 협의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