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점점 조여오는 경찰수사에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지만 박 회장은 경찰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버틸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찰은 박 회장을 조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13일 15시간에 걸쳐 경찰의 3차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번 조사는 10월13일과 10월19일 소환조사에 이어 세 번째다.
경찰은 9월5일 박 회장 등 대구은행 간부 6명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대구은행 제2본점 및 박 회장과 관련자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박 회장 등은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이 비자금 조성사실은 인정했지만 관행에 따른 것이라며 해당 비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은행 관련 업무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8월 한 차례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며 각종 의혹이 있다면 경찰조사도 성실히 받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4개월여 동안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DGB금융의 내부갈등은 깊어지고 지역사회에서 DGB금융지주를 향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박 회장의 사퇴와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박 회장의 범죄 혐의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다른 은행에서는 범죄가 입증되기 전 구설과 수사선상에 오른 것만으로도 행장이 사임했지만 박 회장은 권력유지에 급급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의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과정에서 대구은행 출신 직원이 합격할 수 있도록 이병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게 청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와 사문서 변조·행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대구은행이 연말인사를 앞두고 임원 20여명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제출하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자금 의혹을 제보한 내부자를 색출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이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버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찰이 제보를 받은 8월부터 5개월여 동안 수사를 진행해 박 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사실은 확인했지만 사용처와 관련해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수사에 착수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게 혐의입증이 어려워서인지 수사의지가 부족해서인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