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장애인들이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화면해설 음성과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법원이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부장판사 박우종)는 7일 시각장애인 김모씨 등 2명과 청각장애인 오모씨 등 2명이 CJCGV, 롯데쇼핑, 메가박스 등 3사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소송에서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원고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CJCGV 등은 화면해설이나 자막 파일이 제공되는 영화의 경우 시각장애인 김씨 등에게는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 오씨 등에게는 자막과 FM 보청기기를 제공하라”며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제공되는 영화 상영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영화관에도 점자자료나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한국 수어통역 등을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영화관들은 자막 등이 포함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를 현저히 적게 상영하고 있고 배리어프리 대상 영화도 영화관이 지정하고 있다”며 “영화관이나 웹사이트에 점자 자료와 한국 수어 통역 등의 편의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해설(음성지원)이 필요하고 한국영화인 경우에도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이나 FM보청기기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CJCGV 등 3사가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장애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없다고 한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좌석 뒤에 자막용 화면을 설치하는 방법 등 소수의 장비나 기기 설치로 장애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3사의 국내 영화관 스크린 점유율을 고려할 때 이런 설치비용으로 영화관들이 입을 경제적 타격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김씨 등은 지난해 2월 CJCGV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청각장애인의 인권 침해에 관한 내용이었는데도 정작 청각장애인들은 이 영화를 볼 수 없었다”며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 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는 한글자막과 FM보청 시스템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김씨 등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김재왕 변호사는 이날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시청각 장애인들이 영화관람에서 소외돼왔는데 법원이 이런 상황이 계속돼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CJCGV 등 3사가 항소로 더 다투지 말고 판결대로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