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생명보험협회장은 금융 고위관료 출신이나 주로 대형 생명보험사에서만 일한 인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 내정자는 교보생명에서 자산운용본부장, 법인고객본부장 등 다양한 직책을 역임하고 2008~2013년 사장으로 일했으며 2015년 1월부터는 KB생명 사장을 맡아 왔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협회장 물망에 고위관료 출신들이 오르는 것을 놓고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이 업계 출신인 신 내정자의 인선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신 내정자가 대형 생명보험사뿐 아니라 중소형 생명보험사로 분류되는 KB생명의 사장도 경험해 본 점이 인선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신 내정자는 KB생명에서 일하며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재무구조와 관련한 이해와 경험을 쌓은 만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에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입장을 최대한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IFRS17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발표한 보험업계의 새 회계기준으로 2021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IFRS17의 뼈대는 기존에 취득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받아 운용한 뒤 약정한 수익률에 맞춰 미래 고객에게 보험금으로 돌려준다. 이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을 대비해 쌓아두는 적립금이 보험부채다.
기존에는 보험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부채를 평가했다. 하지만 IFRS17이 적용되면 결산 시기의 실제 위험률과 금리를 반영해 평가하게 된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과거 7~9%대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는데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예상 운용수익률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훨씬 많은 보험부채를 쌓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가용자본이 줄어들면서 지급여력(RBC)비율이 낮아지고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특히 대형 생명보험사에 비해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선제적으로 높이기 위해 5월 지급여력비율 제도의 일부 변경안을 내놓았는데 실제로 중소형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 하락 압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일문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대형 생명보험사의 경우 충분한 자본완충력을 바탕으로 지급여력비율이 (일반적 권고기준인) 150%를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이지만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경우 별도로 자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150%에 미달하는 회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신 내정자는 금융당국이 준비하는 새 지급여력제도(K-ICS)에서 자본인정의 기준을 늘려주도록 요청하는 등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내정자는 7일 생명보험협회 회원사 총회를 거치면 회장 선임이 확정된다. 임기는 3년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