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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리 페이지 구글 CEO |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다양성이다.
구글은 스스로 “구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사람”이라며 “자유로운 분위기와 열린 대화를 즐기며,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문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이 다양성으로 인정받는 회사가 되기를 원한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은 아직 백인 남성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 반면 흑인과 히스패닉(중남미계)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 구글은 남성 직장인의 천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월 구글이 남성 직장인의 천국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만 IT분야에서 미국 남성이 여전히 절대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 직원의 70%는 남성이다. 구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관리직 역시 79%가 남성이다.
구글 최고위급 임원 36명 가운데 남성은 33명이다.
구글도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 회사의 인력 구성이 바람직하지 않고 구글 직원 가운데 히스패닉이나 흑인 등 미국사회 비주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인정했다.
구글은 지난 5월 미국 시민단체 요구로 직원의 성비, 인종구성 등에 관한 내부자료를 공개했다. 구글 전체 직원의 61%가 백인이었다. 구글 전체 직원 가운데 백인에 이어 아시아계가 30%로 많았고, 히스패닉(중남미계)은 3%, 흑인은 2%에 불과했다.
구글은 당시 “인력 다양성을 위해 2010년부터 4천만 달러를 들여 여성인력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 발표는 인력을 다양화하는 데 더 노력하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구글은 다양한 직원을 채용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여성과 소수인종 가운데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최근 여성과 소수인종에 대한 무의식적 편견을 갖지 않도록 사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글의 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구체적 목표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글 이후 페이스북과 애플 등 주요 IT기업들도 직원들의 다양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애플은 전체 직원의 70%가 남성이었고 55%는 백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에서 아시아계는 15%에 불과했고 히스패닉과 흑인의 비율은 각각 11%, 7%였다.
여성의 비중 역시 낮았다. 임원급의 경우 남성이 72%, 여성이 28%로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실망감을 보였다. 팀 쿡은 “CEO로서 만족할 수 없는 결과”라며 “이 수치는 새롭지 않고 우리는 오랫동안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정의하는 다양성은 인종, 성별, 민족 등 전통적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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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계급문화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는 백인’, ‘청소부는 흑인 또는 히스패닉’이 거의 등식처럼 자리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근로자들은 주로 계약직으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지난 8월 비영리기구인 레인보우푸시 인권연합(Rainbow Push Coalition of civil rights)의 발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관리인, 요리사, 경비원 등을 저임금의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주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IT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산타클라라카운티의 노동파트너십이 수집해 정리한 자료를 보면 흑인과 히스패닉은 실리콘밸리 기업 전체 사설경비의 41%를, 전체 사무실 및 건물 청소 노동자의 72%, 전체 거리 유지보수 노동자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산타클라라카운티에 있는 2개의 IT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시간당 평균 60달러를 넘게 받는다. 반면 3대 계약직인 조경 노동자, 관리인, 경비원들은 시간당 평균 13.82달러, 11.39달러, 14.17달러를 받는다.
또 계약직은 핵심인력에 제공되는 혜택을 받지 못하며 병가도 훨씬 적게 쓸 수 있다.
USA투데이는 지난 8월 “실리콘밸리가 흑인과 히스패닉 하층민을 양산하고 있다”며 “세계 부자기업 안에 저임금을 받고 복지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또 “대부분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기회의 땅으로 생각한다”며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의 모든 직업이 똑같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은 이들에게 핵심업무 종사자들과 같은 대우를 해주며 채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흑인과 히스패닉은 미국 내 대학 졸업자 가운데 각각 10% 미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컴퓨터과학 전공자들 가운데 흑인과 히스패닉의 비중도 각각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