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지난주 삼성전자 사장단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등 전자부문 주요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대부분 마무리한 만큼 다른 계열사 사장단 인선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사장단 인사가 최대 관심사다.
삼성물산은 현재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과 김신 상사부문 사장, 김봉영 리조트부문 사장 등 3명의 각자대표체제로 경영진이 꾸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1957년생으로 올해 모두 만 60세가 넘었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60대 이상의 최고경영진(CEO)들이 모두 2선으로 물러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 사장단 인사에서도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세대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 사장단이 이미 오랜 기간 삼성물산 경영을 맡아왔다는 점을 고려해도 쇄신인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최치훈 사장은 2014년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뒤부터 통합 삼성물산의 초대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김신 사장은 2010년 12월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에 발탁된 뒤 7년가량 상사부문을 총괄하고 있고 김봉영 사장은 2014년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뒤 현재는 삼성물산에서 리조트부문을 전담하고 있다.
최근 경영진의 움직임을 살펴봐도 삼성물산 사장단 가운데 일부가 교체될 가능성이 감지된다.
최 사장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가 끝난 뒤 미국 뉴욕으로 출장을 떠났다. 삼성물산은 “비즈니스 미팅 차원에서 출장을 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전장부품기업 하만의 본사가 뉴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만 사장을 맡기 위해 사전 탐색에 나섰을 수도 있다.
최 사장은 삼성그룹에 오기 전에 글로벌 첨단디지털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20년 가까이 일했기 때문에 글로벌 경영감각을 발휘해 하만 지휘봉을 잡기에 적합한 인사로 꼽힌다.
◆ 차기 사장 후보로 누가 꼽히나
최 사장이 하만으로 이동할 경우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이 최 사장 후임으로 선임될 것이라는 말이 삼성그룹 안팎에서 나돈다.
김 부사장은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5년 넘게 삼성전자에서 일하며 경영관리그룹장과 DMC부문 지원팀장, 경영지원실 지원팀장 등을 역임했다.
▲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왼쪽), 이영호 삼성물산 부사장.
2010년 말에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전략2팀장으로 이동했는데 이때 주로 비전자계열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비전자계열사 지원업무를 총괄했던 점과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에 몸담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물산 경영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김 부사장은 1961년생이라 50대 최고경영자 발탁흐름에도 부합한다.
삼성물산 내부에서는 이영호 부사장이 차기 사장 후보로 거명된다.
이 부사장은 현재 삼성물산에서 경영기획실장 겸 건설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이 부사장은 상무 때 삼성전략기획실에서 일했고 이후 전무로 승진해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에서 활약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IR팀을 진두지휘한 핵심 인사다.
하지만 삼성물산 사장단 인사는 다른 전자계열사와 달리 안정적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안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2분기 말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4.57% 보유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43.44%)와 삼성엔지니어링(6.97%), 삼성SDS(17.08%), 삼성중공업(0.12%) 등 주력계열사의 지분도 대량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지주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17.08% 보유한 최대주주로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를 대부분 지배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뒤 통합조직의 안정화에 힘을 쏟았던 최치훈 사장이 이 역할을 당분간 계속 수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사장 대신 김신 사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김신 사장은 상사부문을 이끌며 평소 임직원들에게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니 리스크가 큰 사업을 하기보다는 수익이 적더라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업을 하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