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X’이 높은 가격을 극복하고 초반부터 흥행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가격 저항이 무너질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높은 생산원가와 판매가격 등을 고려해 접히는(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시기를 고심해왔는데 아이폰X의 흥행에 영향을 받아 예상보다 출시를 앞당길 수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6일 “애플 아이폰 신제품 예약판매량은 최대 1600만 대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아이폰X의 판매량이 120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 아이폰X의 흥행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출시 전부터 계속 엇갈렸다.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지만 이전작보다 가격이 높아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X 미국 판매가격은 999달러부터로 책정됐고 한국에서 무약정 제품 기준 142만 원, 중국에서 141만 원에 판매된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7보다 60% 이상 오른 가격이다.
블룸버그는 “아이폰X의 높은 가격도 수많은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꺾지 못했다”며 “디자인 변화와 얼굴인식 등 새 기능이 수요를 강력하게 끌어모으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미국 CNBC는 아이폰X의 흥행이 스마트폰 가격과 성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고성능 제품에는 이전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수요층의 존재를 증명했다는 것이다.
아이폰X이 주도한 이런 인식변화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에도 긍정적 신호로 꼽힌다. 충분한 성능발전을 보여줄 경우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해도 소비자들의 저항이 이전보다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고동진 IM부문 사장은 갤럭시노트8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가격표 앞자리가 1로 시작하는 것은 소비자들에 부담이 된다”며 가격책정을 놓고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갤럭시노트8의 가격은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고용량 메모리, 듀얼카메라 등 고가부품이 대거 탑재돼 원가가 높아졌지만 미국에서 900달러 중반대, 유럽에서 999유로(약 129만 원)로 매겨졌다.
스마트폰 가격상승에 대한 고민은 고 사장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 밝힌 삼성전자의 접히는 스마트폰 출시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접히는 스마트폰의 경우 대화면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기판, 고성능의 반도체와 콘덴서 등 고가부품의 탑재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큰 폭의 가격상승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 이미지. |
하지만 아이폰X이 보여준 것과 같이 삼성전자의 접히는 스마트폰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 높은 가격에도 눈에 띄는 활용성과 성능발전을 보여줄 경우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공산이 있다.
아이폰X의 흥행은 이처럼 삼성전자가 접히는 스마트폰의 판매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한편 출시를 앞당겨야 하는 중요한 이유로도 자리잡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X로 그동안 삼성전자의 경쟁우위가 유지되던 하드웨어 분야 장점을 대부분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삼성전자가 접히는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화웨이, MS 등 글로벌 주요업체가 일제히 접히는 스마트폰 개발을 진행중인 것도 삼성전자가 제품 개발과 출시에 더 고삐를 당겨 시장을 선점해야 할 이유에 힘을 싣는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는 접히는 스마트폰 연구를 이미 수년째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하드웨어 변화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도 높아 출시 뒤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