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테인먼트(CJE&M),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쇼핑).
국내 투자배급사 빅4다. 이들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4개사가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한 데다 키위미디어그룹,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등 다크호스들이 부상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CJ엔터테인먼트가 내놨던 대작 영화들이 줄줄이 손익분기점 달성에 실패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내놓은 ‘공조’를 제외하고는 ‘임금님의 사건수첩’, ‘불한당’, ‘리얼’, ‘군함도’, ‘남한산성’이 모두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이 가운데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리얼과 군함도, 남한산성이다.
그나마 남한산성은 최근 열린 제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며 체면치레에 성공했지만 리얼은 괴작, 망작이라는 혹평을 들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던 군함도 역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2일 개봉하는 ‘침묵’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영화배우 최민식씨가 출연했고 정지우 감독이 연출했다.
지난해 '부산행'으로 천만관객을 동원했던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도 올해 성적이 부진하다.
1월에 내놓은 ‘더킹’이 53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그 뒤 선보인 ‘원라인’과 ‘루시드드림’이 각각 43만 명, 1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틈새시장을 노리고 내놓은 공포영화 ‘장산범’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다만 빅4 가운데 쇼박스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체면을 차렸다. 쇼박스는 올해 유일한 천만영화 '택시운전사'를 내놓았고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긴 ‘청년경찰’을 선보였다.
빅4가 주춤한 사이 키위미디어그룹, 메가박스플러스엠,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선방했다.
키위미디어그룹은 ‘범죄도시’를 선보이면서 영화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첫 영화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앞으로 영화시장에서 투자배급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범죄도시는 1일 600만 명 관객을 돌파하며 그동안 국내에서 개봉한 청소년관람불가영화 가운데 흥행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익분기점 200만 명도 넘긴 지 오래다. 최근 범죄도시의 판권이 대만과 홍콩, 필리핀 등에 팔리기도 했다.
메가박스플러스엠은 6월 선보인 ‘박열’로 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박열의 총제작비는 4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150만 명이다.
메가박스플러스엠은 내년 ‘명당’을 선보이며 빅4에 도전장을 내민다. 제작비 100억 원 규모의 대작으로 박희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영화배우 조승우씨, 지성씨 등이 출연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지난해 개봉한 '밀정'으로 75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데 이어 올해 ‘브이아이피’도 선보였다.
브이아이피는 영화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밀정에 이어 올해에도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전체 한국영화 가운데 대형 4사가 투자배급한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90.1%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77.2%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는 75.1%로 더욱 낮아졌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투자배급사의 부진을 놓고 “한국영화의 부진과 배급사 경쟁심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중국사업도 현재로서 막힌 상황에서 국내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올해 실적이 큰 폭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