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7-10-13 15: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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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2년 가까이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치훈 사장이 재건축사업을 재개하려는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 삼성물산, 올해 재건축사업 수주전 참여 ‘0건’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삼성물산은 최근 서울시 서초구의 반포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조합이 실시한 현장설명회에 불참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부분의 대형건설사가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것과 대비된다.
4분기에 추진되는 대규모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물산이 올해 안에 재건축사업에서 신규수주 성과를 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다시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은 올해 방배5구역 재개발사업을 시작으로 서초신동아아파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사업 등 건설사의 관심이 쏠렸던 모든 사업에 불참했다.
2015년 말에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에 참여한 것을 마지막으로 1년10개월 동안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런 행보를 놓고 볼 때 삼성물산이 재건축사업 수주를 재개하려는 뜻이 사실상 없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예전만 하더라도 삼성물산은 아파트브랜드 ‘래미안’을 내세워 강남권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으나 최근 2년 가까이 재건축사업 현장에서 마주치지 못했다”며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건설업계 안팎에서도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올해 재건축사업 수주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대외적 시그널일뿐 그동안 수주해놓은 재건축물량을 안정적으로 털어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재건축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계속 비칠 경우 분양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차단하기 위해 재건축사업 수주재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9월에 평당 분양가가 평균 4244만 원에 책정된 ‘래미안강남포레스트’의 청약을 실시해 평균경쟁률 234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18일부터는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래미안DMC루센티아의 청약접수도 받는다.
◆ 최치훈, 재건축사업 수주 안 하나 못하나
최치훈 사장이 기존 수주잔고를 사업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사업에 유독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시선이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말에 주택부문의 수주잔고로 13조290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매년 주택부문에서 2조 원대 안팎의 매출을 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2021년까지는 사업화할 수 있는 일감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 삼성물산은 2015년 말에 시공사 선정총회가 열린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2년 가까이 강남권 재건축사업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15년 12월19일 열린 서초무지개아파트 시공사 선정총회의 투표 현장. <뉴시스>
실제로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의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하기보다 사업화하는 데 주력해 주택부문의 수주잔량을 2분기 말 기준으로 9조5310억 원까지 줄였다.
그러나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다른 대형건설사들이 모두 주택부문의 일감으로 15조~20조 원이 넘는 일감을 쌓아놓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만 경쟁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최 사장이 그룹차원의 이미지를 고려해 재건축사업을 쉽게 재추진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금품과 향응제공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재건축사업에 참여했을 때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윤리경영과 준법경영 등을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내부통제 시스템 ‘컴플라이언스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를 원칙으로 삼아 경영을 해야 하는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여야 하는 재건축사업에는 상당한 부담감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강남권 재건축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갈수록 재건축시장이 혼탁해지고 있어 사업기회를 잡기 힘든 상황"이라며 "삼성물산은 아파트 품질로 승부한다는 원칙으로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지켜가며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외부환경이 좋지 않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건설부문의 덩치를 지속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재건축사업에 나설 충분한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뒤 2015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건설부문의 인력을 기존 7952명에서 6453명으로 1500명 가까이 줄였다.
이 과정에서 핵심인력들이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경쟁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여파로 강남권 재건축사업에 투입할 만한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력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치열한 준비를 하고 있어 수주할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혼탁한 시장질서가 바로잡히기 전까지 사업참여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일 뿐 재건축사업 의지가 약해지거나 역량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