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여야 틈새에 끼여 가시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함 회장은 라면업계에서 유일하게 19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라면값 담합과 일감몰아주기가 질의대상이다.
오뚜기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선 꾸준히 말이 나왔지만 라면값 담합은 이미 5년 전 일이다. 공정위는 2012년 농심과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삼양식품 등 라면없체 4곳에 라면값 담합을 이유로 1천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제 와 이 문제로 국감에 부르는 것은 시기가 맞지 않는 데다 오뚜기는 2008년부터 라면값을 동결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서 여야 물밑 신경전의 불똥이 함 회장에게 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오뚜기를 모범기업으로 지목한 점을 감안하면 함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여권을 상대로 한 야권의 우회적인 공격이 아니냐는 것이다.
함 회장은 7월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첫 공식간담회에 유일한 중견기업 오너로 초청돼 ‘착한기업’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문 대통령이 ‘갓뚜기’라는 오뚜기의 별칭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뚜기는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지배구조 평가에서 최하점인 D등급을 받으며 체면을 구겼다.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2011년 이후 내리 C등급을 받아오다 작년부터 D등급으로 하향조정됐다.
함 회장으로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의 집중공세를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받지 않지만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함 회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한 창구로 내부거래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오뚜기가 라면을 직접 제조해서 판매해야 이익증가 폭이 더 큰데 굳이 함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오뚜기라면에서 라면을 사와서 팔아 주주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함 회장이 지분 35.63%를 보유한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매출 5913억 원 가운데 5892억 원을 오뚜기가 지불한 매입비로 올렸다. 내부거래 비중이 99.64%에 이르는 셈이다. 오뚜기 전체 연매출로 봐도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뚜기는 청와대 간담회로 기업이미지가 상승해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가 줄면서 이익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뚜기는 8월 말 기준 라면시장 점유율이 26.6%로 월 단위 최고치를 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착한기업으로 조명받아 관심이 높아진 만큼 국감 질의의 파장도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