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 후보가 ‘리딩뱅크’ 경쟁의 전면에서 영업전문가로서 역량을 시험받게 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 후보가 국민은행장으로 내정되면서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의 성과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그는 2015년 12월부터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일해왔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1조2092억 원을 내 신한은행(1조1044억 원)을 제쳤는데 영업력 강화로 여신 증가세를 유지했고 순이자이익(NIM)도 좋아진 결과로 평가된다.
허 후보는 특히 기업영업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국민은행의 기업여신금액은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3.98% 증가했다.
국민은행이 올해 초에 신한은행에서 5년 동안 운영했던 경찰공무원 전용 ‘참수리대출’의 사업권을 얻어 ‘무궁화대출’로 새로 내놓은 데도 허 후보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후보는 기업대출에 특화된 장기신용은행에서 금융권 생활을 시작했다.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통합된 뒤 대기업부장과 동부기업금융지점장을 거치면서 기업금융 실무를 경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방대한 영업망을 통한 개인영업에 강한 반면 기업영업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허 후보가 기업영업부문의 약점을 보완해 ‘리딩뱅크’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국민은행 안팎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허 후보가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하면 중장기적으로 해외기업 인수 등을 통한 현지영업 확대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의 2%가량을 해외에서 내 신한은행(12%)에 뒤처졌다. 해외 영업망도 국가 11곳에 영업점 17곳으로 신한은행(국가 20곳, 영업점 151곳)보다 훨씬 적다.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뱅크(BCC)의 대규모 손실 여파로 해외기업 인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윤 회장이 행장을 겸임한 뒤 해외지점을 늘리고 필리핀 이스트웨스트은행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막판에 손을 떼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 후보는 12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윤 회장의 철학을 따라 국민은행을 잘 이끌겠다”고 말하면서 해외기업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방침을 이어갈 것을 내비쳤다.
윤 회장도 KB금융 창립 9주년 기념사에서 “그룹 전체의 시각으로 해외시장을 바라보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혀 지주사 차원의 지원사격을 예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