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이 항소심 시작부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28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 특검과 변호인은 증인신청에서부터 신경전을 펼쳤다.
 

이 부회장 변호인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특검은 “(박 전 전무와 김 전 차관의 경우)객관적 사실과 관련한 증인신문은 이미 충분히 이뤄졌다”며 다시 신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변호인이 정유라씨의 말을 구입하는 데 관여한 말 중개업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을 두고도 특검은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의 혐의 중 범죄수익은닉 범죄에 공범에 해당되는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증언의 신빙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인은 “특검은 증인신문을 하기도 전에 증언의 증거가치가 없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 논리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증거가치 판단은 재판부가 하는 것이지 특검이 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1심에서 박 전 전무와 김 전 차관 등의 증인신문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특검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변호인은 “특검은 1심에서 증인신문 예정시간을 2~3시간이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신문했다”며 “변호인에게 주어진 신문시간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지 특검에 묻고싶다”고 날을 세웠다.

1심에서 최순실씨 증인신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특검 탓으로 돌렸다.

변호인은 “특검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보쌈’해 증언시켰고 최씨는 이를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며 “특검이 과연 입증책임을 제대로 다 했다 볼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특검은 “변호인 측에서 보쌈 증언이라 하는 등 굉장히 모욕적인 언어를 쓰고 있다”며 “정씨의 증인신문과 최씨의 증언 거부권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더군다나 신문 순서는 재판부와 변호인, 특검팀이 협의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반박했다.

특검과 변호인단이 1심 재판과정을 두고 계속 설전을 벌이자 재판부는 “중요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한두 마디씩 의견을 개진할 정도로 끝나야 한다”며 “앞으로 이와 같은 공방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이날 특검이 증인으로 신청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부회장 등의 항소심 첫 공판은 10월12일 열린다.

1심에서 이 부회장은 역 5 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은 징역 4년,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시작 전 고위직 전관출신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보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