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여러 인수참여자와 구체적인 조건을 놓고 계속 논의를 이어가며 웨스턴디지털과 법적분쟁을 겪는 등 불확실하던 상황에서 최 회장이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냈을지 주목된다.
| ▲ 최태원 SK그룹 회장. |
블룸버그는 28일 “SK하이닉스와 델에 이어 애플까지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계약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도 이날 매각계약을 체결한다는 공식발표를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27일 이사회에서 컨소시엄에 모두 4조 원 정도를 출자해 인수에 참여하는 투자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향후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15%까지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아직 도시바의 경영정보나 반도체기술 등에 SK하이닉스가 접근할 수 있는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이 이사회 직후 도시바와 협상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 이사회에서 나온 투자계획 등을 검토한 뒤 일본 출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루세 야스오 도시바 부사장은 27일 아사히신문을 통해 “주요 과제가 해결된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최종계약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SK하이닉스가 모두 인수참여에 동의한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도시바가 결국 매각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식발표하며 SK하이닉스도 인수에 큰 걸림돌을 넘게 됐다. 최 회장이 직접 협상에 나선 노력이 성과를 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가 ‘완성작’으로 거듭나려면 아직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웨스턴디지털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이유로 도시바의 반도체 매각이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2019년까지 매각중단을 요청하는 등 법적대응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방침을 앞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펀드는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가 합의할 경우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전에 뒤늦게 참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인수조건이 변경되며 SK하이닉스 등이 또 재협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결국 도시바와 협상에 직접 결론을 내기 위해 나선 최 회장이 이런 변수에 대해서도 도시바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은 4월에도 직접 일본에 출장을 나가 도시바 경영진과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공식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28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만큼 애플이나 웨스턴디지털 등 인수전에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과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참여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참여로 얻을 수 있는 단기적인 성과는 투자수익에 그칠 것”이라며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이나 생산시설을 활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가 단기적으로 낸드플래시사업 가치와 지분법 이익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확보하는 지분율이 크지 않아 더 직접적인 수혜를 입기는 어렵다고 봤다.
| ▲ 도시바의 일본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
SK하이닉스는 다국적 기업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참여한 만큼 다양한 협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능성에 불과할 뿐 도시바 반도체 인수참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바와 광학기업 호야 등 일본기업은 도시바 반도체의 의결권 50.1%를 확보한다. 일본 정부펀드가 나중에 인수에 참여할 경우 일본 측이 확보하는 의결권은 모두 70% 정도에 이른다.
일본은 반도체 기술보호 의지가 강력한데 막대한 영향력을 갖추게 되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지분을 확보해도 실제 성과로 이어내기 위해 갈 길이 먼 셈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당초 도시바 반도체의 의결권 33.4% 확보를 추진했다. 최 회장으로서는 인수전 판도가 지금과 같이 바뀐 데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과 도시바 사이 지분매각에 관한 최종계약에 따라 투자가 변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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