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3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
북한과 미국이 원색적인 발언으로 '막말' 설전을 이어가면서 한반도에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반격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72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자살공격을 시작한 것은 트럼프”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과대망상자, 정신이상자 등으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의 왕초', '악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땅의 무고한 생명들이 화를 입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트럼프 책임”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의 막말에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은 처음으로 핵무기를 만들었으며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실전해 사용해 민간인을 대량으로 살육한 나라”라며 “우리는 미국 때문에 핵을 보유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보유는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이며 국제적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힘에는 오직 힘으로만 맞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 외무상은 “만약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우리에게 참수 행위를 가하거나 군사공격을 할 조짐을 보이면 우리는 무자비하게 선제공격 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만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위터에 "방금 북한 외무상의 유엔 연설을 들었다"며 "만약 그가 '작은 로켓맨'(김정은)의 생각을 되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죽음의 백조'(swan of death)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같은날 북한 군사분계선(DMZ)까지 비행하며 무력시위를 하기도 했다. 미국 군용기가 DMZ까지 비행한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여야는 리 외무상의 이번 연설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대놓고 협박하겠다는 것인데 북한의 이런 태도는 외면과 고립만 자초할 것”이라며 “평화와 인권, 국제협력을 논의하는 곳에서 원색적인 막말과 비방만 늘어놓은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향한 협박”이라며 “문명사회는 이런 북한의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의 본질이 한반도 적화를 위한 군사용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비상한 각오로 모든 가능성에 대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북한과 미국의 경고와 위협이 점점 도를 넘어서고 있는데 말로 주고받는 설전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북한의 움직임에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