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수에 참여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에 애플에 이어 서버업체 델과 하드디스크업체 씨게이트 등 잠재적 협력사들이 속속들이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관계자를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도시바 반도체 인수 컨소시엄에 애플과 델, 씨게이트 등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검토하며 처음 꾸렸던 컨소시엄에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일본 정부펀드 등이 포함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은 당초 10조 원 정도를 들여 반도체사업 지분 절반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현실적으로 자금여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과 델, 씨게이트 등 대기업들이 합류하면 자금부담을 덜고 인수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도시바는 13일 이 컨소시엄에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7월 니혼게이자이와 인터뷰에서 “D램 전문업체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사업과 협력할 경우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확보를 노리는 컨소시엄 참여업체들과 공동인수에 성공할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을 추진할 공산이 있다. 애플에는 아이폰에 탑재되는 모바일D램, 서버업체인 델에는 서버용D램 공급을 확대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특히 씨게이트의 경우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무산된 만큼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공동으로 인수하면 다시 협력논의에 불씨를 당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수경쟁자인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가 SK하이닉스 컨소시엄에 반도체사업을 매각할 경우 기술과 경영권의 유출 위험을 무릅쓰게 된다”며 “웨스턴디지털 측이 인수금액을 높여 제시하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