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계열사 노동조합들이 윤종규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조합원 설문조사에 회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KB금융 노조협의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윤 회장의 연임 찬반조사를 진행할 때 회사가 설문결과를 조직적으로 조작해 여론왜곡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노조협의회는 KB금융 계열사 7곳의 노조 협의체다.
▲ KB금융 노조협의회가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회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12일 제기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조협의회 기자간담회의 모습. <뉴시스> |
노조협의회는 5~6일에 조합원 대상으로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설문조사했는데 마감 직전인 6일 오후 3~5시 동안 단말기 17개를 이용한 중복응답 4282건이 발견됐고 이 답변의 99.7%가 ‘윤종규 연임 찬성’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의 연임 찬반을 조사할 때 같은 단말기에서 2번 이상 답변할 수 없도록 했는데 같은 IP가 인터넷 접속기록(쿠키)을 일부러 삭제하는 방식으로 단말기 1대당 최대 551회까지 설문에 중복응답했다는 것이다.
노조협의회 관계자는 “회사가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를 조작해 윤 회장의 연임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방해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되고 회사의 노조활동 개입을 금지하는 노동조합법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이 본점의 일부 직원들을 ‘댓글부대’로 동원해 사내 익명게시판에서 윤 회장을 옹호하고 노조를 깎아내리는 글을 올리게 했다는 의혹도 노조협의회로부터 제기됐다.
KB금융 노조협의회는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다음 회장 선임절차의 중단도 지속적으로 촉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노조에서 진행한 윤 회장의 연임 찬반투표에 회사가 개입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공동조사를 노조에 요구하고 이 조사에서 설문조사 개입의혹에 관련된 문제점을 찾는다면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사내 익명게시판에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주장을 놓고도 “문제가 된 게시판은 직원들이 익명으로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는 토론공간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회사에서 ‘댓글부대’를 운영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