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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21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김한조 외환은행장 취임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조기통합을 밀어붙이다 대화를 요구하는 정치권과 금융위원회의 요구에 밀려 노조와 대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하나금융그룹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까지 관심을 쏟는 현안으로 부상해 김 회장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하나금융 안팎의 중재 요구를 거부한 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협의할 것을 재촉하고 있다.
김 회장이 조기통합을 꺼낸 지 5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은 여전히 미지수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김 회장은 지난 7월3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추진의사를 꺼냈다. 그는 “이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두 은행 직원과 임원진 및 이사회와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 회장의 발언에 조기통합 논의는 합병 후 5년 동안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 합의서’를 깨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노사갈등은 외환은행 노조가 지난달 3일 영업시간중 임시조합원총회를 열면서 격화됐다.
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으나 외환은행은 총회에 참석한 직원 898명을 징계대상으로 보고 인사위원회에 넘겼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전체 직원의 10%가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것은 정상적 조직에서 생기면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 행장을 서울지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하는 등 맞대응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합법적 총회를 불법으로 규정했다”며 “징계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에 관한 노사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사갈등이 깊어지자 김 회장은 지난 9일 “10월 말까지 노조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통합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강행의지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벽에 부딪혔다.
신 금융위원장이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사가 통합해 합의해야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융위는 하나금융이 2.17 합의서를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하나금융 경영진에게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할 자리를 만들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조기통합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급기야 설문조사 공방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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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오른쪽) |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9~20일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직원중 88.1%가 조기통합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외환은행은 21~22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원의 97.7%가 두 은행의 통합을 위해 노사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맞대응했다.
김한조 행장은 설문조사 이후 “많은 직원들이 조속한 노사협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노조는 전향적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진정성이 있고 대등한 대화는 거부한 적이 없다”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은 신뢰회복 조치 등 실질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 올해 초부터 조기통합을 준비한 김정태
김 회장은 3월 초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을 전격적으로 퇴진시켰다. 윤 전 행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측근인사로 잠재적 회장후보로 꼽혔다. 그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도 조급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김 회장은 윤 전 행장 대신에 김한조 행장을 앉혔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가족이 되어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며 “인수 후 2년이 지나면서 두 은행의 통합을 정서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도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합병은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의 전초전이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외환은행 카드사업 분사를 결의했다. 외환은행에서 독립한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를 합쳐 연내에 통합법인을 출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가 터져 금융위의 분사인가가 늦어졌는데도 두 카드사의 연내통합을 줄기차게 추진했다. 은행과 카드의 전산시스템망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떼어놓으라는 금융위의 요구에 300억 원을 들여 전산망을 분리하기도 했다.
외환카드는 지난달 1일 외환은행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이 됐다. 지난달 24일 하나금융 이사회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안건을 통과했다. 김 회장은 “존속법인은 외환카드이며 아직 새 회사명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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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
◆ 산제윤, 노사갈등 중재요청 거부
신제윤 위원장은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놓고 빚어진 노사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서있어 주목을 받았다.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도 2.17 합의서의 주체 가운데 한 명이라는 이유를 들어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이런 요청에 선을 그었다.
신 위원장은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금융위는 하나금융이 2.17 합의서를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사합의 없이 통합승인을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2·17 합의서는 2012년 2월17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사가 ‘5년 후 노사합의를 통해 두 은행의 합병을 협의할 수 있다’는 합의를 맺고 서명한 문서를 말한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를 근거로 김 회장의 조기통합 추진이 합의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금융위는 국정감사 직전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에게 보낸 회신에서도 2.17 합의서를 지키는 것이 맞다는 뜻을 밝혔다. 한 의원은 금융위에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은행-외환은행 조기합병 추진에 대한 금융위의 입장’을 요구했다.
금융위는 회신에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사합의를 통해 외환은행 독립법인을 5년 동안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며 “5년이 흐른 뒤 합의 하에 통합을 협의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 의원을 비롯해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신 위원장에게 중재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2012년 2월17일 합의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함께 했고 서명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금융위원장은 “2.17 합의서는 노사정 합의보다 노사합의의 성격이 강하다고 들었다”며 “금융위는 2.17 합의서에 법적 강제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합의서에 들어간 김 전 금융위원장의 서명에 관해서도 “(계약당사자가 아닌) 입회의 의미로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신 위원장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서로 대화를 통해 조기통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원한다면 조기통합도 가능하다”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외환은행의 앞날을 진지하게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금융위는 조기통합으로 빚어진 노사갈등에 개입하기보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합의한 사항의 준수여부를 계속 점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