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7-09-01 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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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벌크선 수주경쟁에서 중국 조선사를 제칠 수도 있다.
중국 조선사는 기술력 부족으로 사양 낮은 벌크선을 저가에 수주하는 전략을 폈는데 앞으로 환경규제가 강화하면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경쟁력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 벌크선 이미지.
1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선박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규제강화가 국내 조선사의 수주확대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레이드윈즈는 “중국 조선사가 올해 발주된 캄사르막스 벌크선 주문을 대부분 휩쓸었지만 앞으로 배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규제가 강화하면서 향후 판도가 뒤집힐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조선사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규제를 맞출 수 있는 사양 높은 캄사르막스 벌크선을 고가에 수주할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캄사르막스 벌크선은 곡물이나 목재 등 컨테이너에 담을 수 없는 화물을 8만2천 톤 이상 갑판이나 선창에 포장하지 않은 채로 실어서 운반하는 배를 말한다. 파나막스급 벌크선보다 최대 적재량이 많아서 운송 효율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캄사르막스 벌크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조선업계 호황기인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인기가 떨어졌지만 2010년 이후 전 세계 조선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견 조선사도 캄사르막스 벌크선을 수주했지만 이후 중국 조선사의 저가공세 등에 벌크선시장에서 밀려났다.
캄사르막스 벌크선은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40여 건이 훨씬 넘게 발주됐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을 중국 조선사가 수주했다.
하지만 중국 조선사가 수주한 캄사르막스 벌크선은 대부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국제해사기구는 지난해 1월부터 배출통제해역(ECA)을 통행하는 배에만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kWh당 3.4g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규제(티어3)를 적용하고 있다. 또 2015년부터 황산화물배출규제해역(SECA)을 오가는 배에 황산화물함유율이 0.1% 이하인 선박유를 쓰도록 규제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가 건조하는 캄사르막스 벌크선은 질소산화물을 kWh(킬로와트시) 당 14.4g 배출(티어2)하는 배인데 티어3 사양을 갖춘 배보다 질소산화물을 3배 넘게 배출하고 황산화물함유율도 높은 선박유를 쓰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부터 모든 해역에서 선박유의 황산화물함유율을 0.5% 이하로 줄이도록 대기오염물질 배출량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배출통제구역으로 지정되는 국가도 빠르게 늘고 있어 앞으로 중국 조선사의 벌크선 수주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트레이드윈즈는 바라봤다.
트레이드윈즈는 “중국조선사들이 티어2 규제를 맞출 수 있는 사양의 캄사르막스 벌크선을 척당 2400만 달러에 수주해왔다”며 “한국 조선사는 티어3 사양의 캄사르막스 벌크선을 척당 3천만 달러에 더 많이 수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배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기술력에서 국내 조선사가 확실히 중국 조선사보다 우위에 있다”며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할수록 국내 조선사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앞으로 티어3 사양의 캄사르막스 벌크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바라본다.
김대진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환경규제가 강화할수록 선사들이 항만 내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저속운항을 하면서 선박회전율이 감소하고 연료비도 증가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렇게 되면 적재화물량이 많고 효율성이 높은 친환경 캄사르막스 벌크선 수요가 늘어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