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으로 알뜰폰의 강점인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알뜰폰업계에서 커지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알뜰폰형 보편요금제’로 불릴만한 요금제를 출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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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 |
CJ헬로비전은 데이터 10GB(기가바이트)를 월 2만 원대에 사용할 수 있는 ‘보편USIM10GB’ 요금제를 9월1일 출시한다고 31일 밝혔다.
데이터 중심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기본제공량을 각각 100분. 100건으로 줄여 기본료를 월 2만9700원(부가세 포함)으로 낮춘 것이다.
CJ헬로비전이 이런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은 것은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3사의 통신료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9월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이 현행 20%에서 25%로 상향되고 저소득층 요금감면, 보편요금제 등의 도입도 추진된다.
이통3사의 통신료가 내려가면 알뜰폰회사에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알뜰폰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를 늘려왔는데 이통3사의 통신료가 저렴해지면 이용자들이 굳이 알뜰폰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 알뜰폰 사용자의 평균 통신요금은 1만5천 원 정도로 이통3사의 56% 수준이다.
알뜰폰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은 이통3사의 서비스와 비교해 적어도 1만 원 이상 격차가 나야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통3사 통신비를 지속적으로 인하할 경우 알뜰폰의 존재이유가 사라질 수도 있다”로 말했다.
보편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알뜰폰업계가 더욱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이용자들의 데이터·음성·문자 등의 평균 사용량을 고려한 요금 기준을 마련하면 통신사들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과기정통부는 23일 데이터 1GB를 월 2만 원대로 제공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알뜰폰업계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통3사에서 월 2만 원대 요금제가 출시되면 알뜰폰 가입자들이 이통3사로 빠져나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윤석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도 6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미 알뜰폰은 음성 무제한 서비스와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2만 원대에 출시했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CJ헬로비전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에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줄 것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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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알뜰폰 지원방안은 망 도매대가를 내리는 것이다. 알뜰폰사업자는 이통사의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하고 있어 매년 망 도매대가를 이통사에 지불한다.
알뜰폰사업자가 지불해야하는 망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알뜰폰회사들은 더욱 가격경쟁력이 있는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알뜰폰업계는 LTE요금에서 이통사에 주는 몫을 45%에서 30%대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망 도매대가는 매년 정부와 의무도매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이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데 현재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18일 알뜰폰 망 도매대가 인하를 돕겠다고 밝혀 알뜰폰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종열 CJ헬로비전 모바일사업본부장은 “지연되는 도매대가 인하를 비롯한 알뜰폰 지원정책이 현실화되면 혁신적인 알뜰폰 요금제 출시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알뜰폰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