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SK플래닛의 11번가를 인수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SK플래닛은 11번가가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영권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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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원 SK플래닛 사장. |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11번가의 경영권을 받지 못할 경우 지분인수를 하지 않겠다고 SK플래닛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과 SK플래닛은 6월부터 지분매각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양쪽이 모두 경영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SK플래닛이 11번가의 경영권을 고집하는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플래닛 입장에서 11번가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11번가는 최근 몇년 동안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외형은 국내 2위로 지난해 8조 원대의 거래액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도 역대 최대치인 4조2천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2015년 상반기보다 52%나 증가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은 14조 원대인데 국내 온라인몰사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 11번가로서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외형을 확대하면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11번가의 수익성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SK플래닛에 따르면 11번가의 상반기 영업적자는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11번가마저 매각되면 SK플래닛의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서성원 SK플래닛 사장이 매각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SK플래닛은 최근 광고대행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SMC&C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플랫폼사업도 SK텔레콤에 넘겼다.
SK플래닛은 2015년부터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계열사에 넘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축소해왔다.
11번가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힘을 받고 있다.
SK플래닛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11번가의 거래액을 상반기에 이례적으로 공개한 점을 두고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 역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최근 서성원 사장이 매각설이 터진 뒤 완강한 태도를 보인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서 사장은 6월 매각설이 불거지자마자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분사와 매각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SK플래닛이 주도하는 성장전략이 기본전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K플래닛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해 투자 걱정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며 “올해 손익도 큰폭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협상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