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놓고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어 보인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임단협 교섭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기본급 반납 요구를 철회했으나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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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왼쪽), 백형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
25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임단협 교섭을 놓고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한 문제가 새로 불거지면서 향후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4일 노조와 임단협 본교섭을 열고 ‘기본급 20% 반납’안을 거둬들이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그동안 기본급 반납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버텨 임단협 협상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강환구 사장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경영진들은 25일 담화문을 내고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고통분담 제안을 노조가 수용하지 않아 기본급 반납안을 철회했다”며 “대신 회사의 생존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유휴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9월부터 사업본부마다 가진 수주물량의 차이에 따라 유·무급휴직과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영진들은 인력감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완전고용을 보장하겠다는 것을 기본급 20% 반납의 전제로 제시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반납안을 철회하면서 인력감원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노조는 보고 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안정 선언으로 현재까지 쌓여온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할 상황에서 고용불안을 부채질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노조 구성원들의 분노가 오히려 더 커졌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가 기본급 반납을 철회한 것을 선심쓰듯이 했지만 오히려 인력감원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로 삼은 셈”이라며 “회사가 진정으로 조합원들을 생각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태도로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급휴직 얘기가 나온 점도 노조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회사는 최근 유휴인력의 운용방안을 놓고 순환휴직 등을 논의해보자고 노조에 제시했는데 구체적 방법으로 무급휴직 방안을 고려해보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무급휴직을 실시할 경우 기본급 반납과 본질적 면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반발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조선업황 불황을 이유로 무급휴직을 1년에 두달가량 실시한다고 가정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전체 임금의 6분의 1가량을 못받게 된다”며 “이미 작년부터 기본급의 상당부분을 못받고 있었는데 임금이 더 줄어들면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수주잔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유·무급휴직을 포함한 순환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모든 상황의 배경은 일감부족”이라며 “최근 신규수주에서 중국에 밀리는 등 수주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력구조조정을 논의하자고 한 상황이라 앞으로 노조와 어떻게 협상이 진행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