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KB국민은행과 KB손해보험 등 KB금융 계열사의 노조를 끌어안는 데 힘쓰고 있다.
윤 회장이 올해 신한금융과 본격적인 선두 금융그룹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만큼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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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2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를 방문해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개입과 관련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 개입해 박홍배 노조위원장의 당선을 방해했다며 7월26일 서울남부고용노동청에 선거개입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했다.
노조가 선거개입과 관련된 책임자로 지목한 이오성 KB데이터시스템 대표(당시 KB국민은행 HR부행장)와 김철 부산지역영업그룹 대표(당시 KB국민은행 HR본부장)는 각각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윤 회장은 선거개입에 연루된 지역영업그룹 대표들도 파악해 후속 인사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윤 회장은 이밖에도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며 KB국민은행 노조를 끌어안았다.
KB국민은행 노사는 1인당 월 12시간 이상의 초과근무수당 지급제한을 없애고 실제 초과근무에 금전적 보상과 일부 보상휴가를 주기로 하는 등 초과근무와 관련해 합의했다.
노조가 대규모 희망퇴직 이후 남은 직원들의 초과근무시간이 빠르게 늘었지만 이에 따른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또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직원 가운데 하위등급 직원들의 임금삭감 규정 폐지 △고용노동부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관련한 ‘양대 지침’ 폐기할 경우 저성과자 관리프로그램 동시 폐지 등에도 KB국민은행은 합의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윤 회장이 올해 신한금융과 본격적인 선두 금융그룹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만큼 내부결속을 다지는 차원에서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KB국민은행 노조와 갈등이 다시 불거진 뒤 한 달여 만에 잠재우는 데 성공하면서 연임에 걸림돌이 없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KB손해보험 노사도 2016년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지만 7월 말 기본급 1% 인상, 상여기준 300%, 연 60만 원 규모 복지카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안에 합의했다.
사측이 처음 제시했던 기본급 1% 인상, 상여기준 100%에서 크게 높아졌는데 다른 KB금융 계열사와 비교해도 2~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다만 윤 회장이 KB국민은행과 KB손해보험 등에서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갈등을 연이어 해소하면서 다른 계열사 노조도 윤 회장에게 원하는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KB국민카드 노조는 23일 KB국민카드 본사 앞에서 신입사원의 깎인 임금을 되돌리라는 주장을 하며 윤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초 지난해 하반기에 입사한 공채신입사원 30여 명의 초임을 10%가량 낮췄다.
2011년 KB국민은행에서 카드부분이 별도 법인으로 독립된 뒤 처음으로 초임이 삭감된 만큼 올해 초부터 노조가 반발하고 있던 내용인데 재차 수면 위로 올리며 윤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셈이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선거개입과 관련한 추가적인 행동은 멈추는 대신 이사회 규정 개정 및 사외이사 추천제도 개선을 추진해 윤 회장에게 집중된 권력구조를 풀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이 목표로 했던 금융그룹 선두 자리와 윤 회장의 임기만료가 동시에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각 노조는 그동안 쌓인 불만사항을 잇달아 터뜨리고 있는 양상”이라며 “윤 회장이 적극적인 자세로 노조를 끌어안고 있지만 오히려 부담은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