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SK플래닛의 11번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사업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존 온라인몰을 인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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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21일 업계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SK플래닛과 롯데그룹이 11번가 지분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 SK플래닛이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11번가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11번가가 흑자를 내며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을지를 놓고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11번가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유통사업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이미 통합 온라인몰을 구축한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과 비교해 온라인에서 대응속도가 늦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핵심전략으로 옴니채널을 꼽고 있지만 아직까지 옴니채널 구축의 핵심인 온라인몰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2020년에 온라인주문 비중이 70%에 이를 것”이라며 옴니채널을 롯데그룹의 성장동력으로 강조해 왔다. 옴니채널이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롯데그룹은 백화점부터 편의점까지 대부분의 유통채널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옴니채널을 구축할 경우 단번에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은 롯데닷컴, 엘롯데(롯데백화점), 롯데아이몰(롯데홈쇼핑), 롯데마트몰, 롯데하이마트몰, 롯데슈퍼몰, 롯데인터넷면세점 등 모두 7곳에 이른다.
그러나 맏형격인 롯데닷컴이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오프라인에서 보여주고 있는 경쟁력을 온라인에서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년 전부터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에 대응하는 그룹 내 통합 온라인몰 신설을 검토해왔으나 최근 이 계획을 보류했다. SSG닷컴처럼 통합했을 때 시너지가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통합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비용도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경우 크게 백화점와 대형마트로 양분돼 있는 신세계그룹과 달리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계열사도 많고 취급하는 상품도 다양하다. 롯데마트는 생필품과 식품을, 롯데하이마트는 전자제품을 주로 취급한다. 주요고객의 연령대와 성별 등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통합 온라인몰이 출범해도 정상화하기까지 상당한 투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2014년 통합했지만 안착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4분기에야 흑자 10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겨우 성공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이런 과정을 거치느니 11번가 하나를 인수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기존 온라인 강자들을 제치고 온라인사업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기존 온라인몰 대신 11번가를 전면에 앞세워 완전히 새로운 온라인몰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1번가 거래액은 8조 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롯데그룹의 온라인몰 거래액도 8조 원대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이 12조 원가량인 점을 볼 때 롯데그룹이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거래액이 16조 원에 이르는 1위사업자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다.
SK플래닛이 매각의사를 보이고 있고 롯데그룹도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인수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지분 50% 이상을 인수해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SK플래닛 역시 경영권을 지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서성원 SK플래닛 대표가 지난 6월 11번가 매각설을 강하게 부인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서 대표는 당시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분사와 매각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SK플래닛이 주도하는 성장전략이 기본전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1번가 인수를 놓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